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코로나19’ 발병 美항공모함 승조원 일부 못 내린다,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핵추진 항공모함… “원자로 관리 위해 필수 인력 상주해야”

세계일보

최근 승조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으로 철수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위용. 미 해군 홈페이지


“항공모함은 크루즈(대형 유람선)와 다르다.”

승조원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다수 발생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으로 철수해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미 해군이 “승조원 일부는 항모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눈길을 끈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태평양을 방어하던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 잠시 기항했다.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재수립한지 25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승조원 일부가 다낭 시내에서 관광을 즐기고 호텔에서 숙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나서 얼마 안돼 항모 승조원 중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이가 속출했다.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나타낸 이들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미 해군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서태평양의 괌에 있는 해군기지로 이동시켜 그곳에서 잠시 기항하며 확진자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전체 승조원은 약 5000명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1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괌 해군기지에 있는 병원 특수병동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얼핏 승조원을 전부 하선시키고 항모 전체를 대상으로 방역작업을 해야 맞을 것 같은데 미 해군은 승조원 5000여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2700여명만 우선 하선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크루즈(대형 유람선)와는 다른 항모의 특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모들리 미 해군 장관 직무대행은 언론에 “이 배(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그 내부에 무기와 탄약이 잔뜩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뿐 아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값비싼 항공기는 물론 원자로까지 항모 안에 있다”며 “이 모두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일정한 숫자의 승조원이 반드시 항모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모에 실려 있는 무기, 탄약, 고가의 항공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원자로가 핵심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비롯해 미 해군이 보유한 10여척의 항공모함은 모두 핵추진 항모들이다. 기름 대신 원자력 에너지로 항모를 가동하는 것이다. 항모 한 척 한 척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원자력 발전소에 해당하는 셈이다.

항모에 탑재된 원자로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최소한의 필수 근무 인력은 계속 항모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점에 미 해군의 고민이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