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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광한 남양주시장 "재난기본소득 방식 제각각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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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재정 타 시군에 한참 못 미쳐"…주민 불만

남양주·구리 제외 전주민 재난기본소득 29개 지자체 동참

뉴스1

'공정을 기한다'면서 눈 가리고 마스크 무료공급 추첨을 하는 조광한 남양주시장 © 뉴스1


(남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모든 주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에 도내 29개 지자체가 동참하기로 결정했으나, 남양주·구리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70만 남양주시민과 20만 구리시민들이 애태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2일 시 홈페이지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어찌 하오리까…'(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를 보기 위해 시청 홈페이지를 방문한 시민들은 클릭하자마자 조 시장의 해당 글이 등장하자 "재난기본소득을 준다는 거냐, 안 준다는 거냐, 제대로 밝혀달라"면서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조 시장 명의로 올린 장문에는 '지자체별로 앞다퉈 내놓는 대책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 '남양주시의 재정 형편이 다른 지자체에 한참 못 미친다'는 등의 주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 지역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려 조 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시민은 게시물을 통해 "재정 자립도가 낮아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조 시장의 호소문을 보고 알아봤더니 남양주시의 재정 자립도는 전국 상위권이다"면서 "문제는 남양주시가 벌인 일이 많기 때문에 지출이 많아서 재정 자립도가 구리시에 비해 낮을 뿐이다. 예를 들면 시청사 증축, 궁집 매입 등"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댓글을 통해 "정작 시민을 위해 쓸 돈은 없다는 건가"라고 지적했으며, 다른 시민은 "쓸데없는 예식장(구 목화예식장)을 수백억 주고 사더니"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시민은 "호소문이 아니라 재난에 대한 대비없이 세금을 허투루 쓰고 지금은 돈이 없다는 무능함이 아닌가. 어찌하오리까"라고 토로했으며 이 게시물에는 "못 준다는 얘기를 참 길게도 한다"는 등의 댓글이 붙었다.

이날 조광한 시장이 올린 글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뉴스1

경기북부경찰청에서 강연중인 조광한 남양주시장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호소문)
▷남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 Δ조광한 시장

중국 우한시에서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때는 지금껏 인류를 괴롭혔던 몇 번의 바이러스처럼 또 한 번 세상을 할퀴고 지나가겠구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헌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은 순식간에 국경을 건너 한반도로 들어오더니 방역 태세도 다 갖추지 못했을 때 불쑥, 우리 시의 문지방을 넘었습니다.

2월말부터 언론은 연일 ‘마스크 대란과 비참한 줄서기’를 꼬집었고 저 역시도 시민들의 아우성과 분노를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습니다. 단 몇 장의 마스크라도 더 구해보고자 백방으로 뛰면서 그야말로 통사정까지 하며 매달렸지만 손에 쥐는 것은 고작 1만5000장이 다였습니다.

70만 시민에 1만5000장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입니다. ‘어찌 하오리까’라는 무력감 속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숙고 끝에 공개 추첨방식을 택해 그 얼마 안 되는 마스크를 시민께 나누어 드렸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자문해 보면 여전히 자신은 없습니다.

‘마스크’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그다음은 바이러스와의 전면전에 내몰렸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건너야만 하는 긴장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다닙니다. 보건소로부터 감염여부를 알려주는 문자를 받을 때면 입이 마르고 온 신경은 바짝 곤두섭니다.

여전히 실체를 명확히 모르는 ‘그 못된 녀석’은 이제 바로 턱밑까지 치고 들어왔습니다. 방역 전쟁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에 경제 파탄의 쓰나미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서 말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절실하지만 지자체별로 앞다퉈 내놓는 대책은 그 대상과 금액,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일관된 기준과 정책적 목표는 희미해지고 어디는 40만원, 또 어딘가는 10만원, 5만원 이라는 각자도생의 셈법만 남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시의 재정 형편은 타 시군에 한참 못 미칩니다. 정부 기준에 따른 분담비용을 마련해 내는 것도 녹록지 않습니다. 다시금 ‘어찌 하오리까’라는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나은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분들께 집중 지원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단무지처럼 뚝 잘라내는 쉬운 결정은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어떠한 선택을 한다 해도 모두에게 환영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과 후회 역시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 그저, 단 한분이라도 더 무탈하게 이 험난한 시기를 견뎌내실 수 있도록 온 맘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할 뿐입니다. 오늘도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바이러스와의 싸움 중에 계신 수 많은 분들께 힘 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린다면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하고 우리의 아들, 딸들은 살려내야 합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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