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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서쪽을 다녀라" 김종인 조언에···종로09번 첫 차 탄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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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6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인왕교통 차고지 앞. 황교안 통합당 후보는 종로09번 첫 차(마을버스)를 타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종로09번 버스는 1996년 운행을 시작, 24년 간 토박이들의 ‘발’이었다. 수성동 계곡부터 시작해 통인시장·경복궁역·광화문·남대문까지 노선을 도는 이 버스에는 시장가는 어르신, 직장인 등 하루 평균 3500명이 몸을 싣는다.

운동화에 핑크색 점퍼 차림을 한 황 후보가 직접 카드를 찍고 이 버스에 올랐다. 그는 “경제생활 하는 서민들 삶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으로 총선 일정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차고지에서 만난 한 버스 기사는 “감염 우려에 사람들이 이동을 많이 안 하니 손님이 5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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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후보가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일대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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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후보는 오전 11시 무렵 유세 차량를 탔다. 황 후보 측 관계자는 “반장선거 밖에 안 했던 황 후보가 선거유세 차에 오른 건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청운·효자동→평창동→부암동'을 돌며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청운·효자동과 부암동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오세훈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가 정세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곳이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다. 황 후보에게 불리한 종로의 '서쪽' 지역부터 공략한 것이다.

황 후보는 “그동안 동쪽에서 많은 행보를 해 오늘은 서쪽을 한 것이다. 동과 서를 균형 있게 오가며 국민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황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첫 방문해 “서쪽을 다녀라”고 조언했다.

유세 발언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했다. 황 후보는 통인시장 골목에서 “우리 경제가 무너진 게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경제는 무너지고 있었다”며 “지난해 10월 광화문 광장에 모였을 때도 경제는 무너지고 있었다. 문 정권은 책임질 생각 안 하고 또 다른 탓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무리 총선을 앞뒀다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지켜야 한다.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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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거리유세에 나선 미래통합당 종로 황교안 후보가 요구르트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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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평창동으로 유세를 옮겼다. 종로구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그는 “옛날에는 보릿고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겼지만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도성장을 이뤘다.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문 정권이 맡고 나서 3년 만에 완전히 거덜 나게 됐다”고 비판을 수위를 높였다.

이날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30년 이상 종로에서 거주한 B(82) 씨는 “이번 정부는 북한에 다 뺏기는 것 같다. 손자 5명 있는데 그런 아이들이 잘살면 좋은 나라였음 좋겠다”고 말했다. 안보를 중요시 하는 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면 20년 넘게 평창동에 거주했다는 A(63) 씨는 “이낙연 후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이낙연’이라고 해도 찍을 것이다. 평창동에는 보수세가 세긴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선거 유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민들도 많았다. 종로구에서 한평생을 살았다는 김진희(40) 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데 노래 틀고 춤추는 모습이 거부감만 들게 한다”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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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종로에서 첫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황교안 후보. 이병준 기자



앞서 통합당 선대위는 전날 오후 11시 40분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출정 선언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황 후보는 “견제되지 않은 권력이 지난 3년의 참혹한 국정 실패를 낳았다. 틀린 공식으로는 아무리 풀어도 답이 나오지 않아 공식을 바꿔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정치 1번지인 이곳 종로를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해리·이병준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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