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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위기엔 총으로 무장? 미국 총기 구매 폭증, '공황 구매'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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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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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3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 건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인터넷 언론 악시오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식료품뿐 아니라 총기를 구매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FBI의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는 총기를 구매하려면 밟아야 하는 절차다.

FBI가 이날 공개한 범죄경력조회시스템(NICS)의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 건수를 보면 3월 한달 동안 374만688건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FBI가 1998년 11월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래 월간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 건수가 300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간 범죄경력 조회 건수가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1월에는 270만2702건, 2월에는 280만2467건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 건수가 폭증한 것은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형 재난이 일어난 이후 총기 구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규모 총기 참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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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이 공개한 총기 관련 범죄경력 조회 건수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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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언론들은 캘리포니아·뉴욕 등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에서 총기 판매업소 앞에 구매자들이 줄을 서는 등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국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식당·술집 등의 영업을 제한하면서도 총기 판매업소를 ‘필수적 사업장’으로 지정함으로써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총기 구매 폭증은 기존 총기 소유자가 추가로 총기를 구매한 것 외에 한번도 총기를 소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총기 구매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스캐롤리아나주 웨이크포레스트 대학교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야메인은 “거대한 사회적 불확실성은 종종 총기 구매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기존 총기 소유자 외에 다른 부류의 사람들도 진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 총기 소유자의 특징인 중장년 백인 남성 외에 다른 계층의 사람들도 총기 소유자 집단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총기소유자옹호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지난달 21일 단체 트위터에 “여러분은 지금 당장 식량을 비축하고 있겠지만,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는 때에 여러분의 재산을 방어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총기 소유를 권장했다. 반면 총기규제운동단체는 “당신은 총으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총기 판매업소를 필수 사업장으로 지정한 것을 비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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