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불경 옮겨 적는 장인 '사경장'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화재청, 지정 예고…보유자엔 김경호씨 인정 예고

뉴스1

불경 필사 모습.(문화재청 제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불교 경전을 유포하거나 공덕을 쌓기 위해 경전을 베끼는 작업을 하는 장인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불경을 쓰는 사경(寫經) 기술을 가진 장인인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삼국시대 전래된 불교의 경전을 세상에 널리 보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스스로 공덕(功德)을 쌓는 의미로 변화했다.

통일신라 시대 때(745~755년)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가 되면서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복을 기원하기 위한 사경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고려사 등에 따르면 국가에서 사경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관을 운영했고, 당시 사경은 국가 최고의 역량을 동원한 당대 문화의 집약물이었다.

특히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등 금자·은자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됐고, 충렬왕 대에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을 파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쇠퇴했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서 명맥은 유지됐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불교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제작, 표지 장엄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은 물론이고 경전의 오자·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

뉴스1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김경호씨.(문화재청 제공)© 뉴스1


이번에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씨는 40여 년간 사경 작업에 매달려온 장인이다. 과거 사경은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재료 준비, 필사, 회화를 한 명이 모두 하는 형태다.

그는 오랜 기간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의 재료, 형식, 내용을 연구하고 이를 기술로 승화시켰다. 1997년 조계종에서 개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0년 대한민국 전통사경기능전승자(고용노동부지정, 제2010-5호)로 선정됐다.

김씨는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고, 다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서적을 저술하는 등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했다.

아울러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3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lgir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