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콘솔 게임 이모저모

[더오래]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유부남의 게임기 구입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9)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이제까지 본 광고 문구 중의 최고였다. 무슨 광고냐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가정용 게임기 광고다. 저 광고는 총각 시절에 본 것이지만, 유부남이 된 지금에서는 저 광고 문구의 대단함을 더욱 느끼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저 게임기의 소유자이다. 아내 자랑을 하나 더 하자면, 무려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게임기를 선물한 분이시다. 카메라, 낚싯대 등과 함께 최고 난도에 해당하는 게임기를 어떻게 선물 받을 수 있었을까?

중앙일보

유부남 게이머들을 공략한 게임기 광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고백하건대 나를 게이머라고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게임을 잘 못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맨날 지기만 하니 게임을 안 하게 되었고, 남들 다해본다는 유명한 게임 중에도 못해본 것이 많다. 오락실이 있던 어린 시절 한창 유행하던 격투 게임을 하면 한 판도 못 이겨보고 용돈을 날리기 일쑤였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스타크래프트’조차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하면 제일 먼저 ‘GG(Good Game)’를 날리며 친구들 게임이나 구경하던 신세였다.

심지어 친구들끼리 만나는 약속을 하면 나를 빼고 먼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한 뒤 내가 합류하는 일정으로 짜기도 한다. 게임을 사랑하지만 친구를 배려하려는 그들 나름의 배려다.

중앙일보

게임을 못하는아이는 오락실에서 순식간에 용돈을 탕진한다. [사진 한재동]



그렇다고 모든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슈퍼마리오 한번 해보겠다고 게임기 있는 친구에게 온갖 선물 공세를 했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PC게임인 삼국지 시리즈 공략법을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건대 단 한 번도 게임의 모든 것을 완수하여 엔딩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주어진 미션을 완수해 가는 게임의 장르를 RPG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끈기가 없어서인지 100% 도중 포기하고 말았다. 잘하지 못하니 즐기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과 멀어졌다.

이렇게 끈기없는 나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카트라이더’와 축구게임인 ‘위닝일레븐’이었다. 카트라이더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먼저 지게 되어 혼자 놀다가 발견한 게임이다. 귀여운 캐릭터에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됐고 속도감도 느낄 수 있어서 푹 빠졌다. 물론 가장 낮은 등급인 노란 장갑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가정용 게임기를 만나게 해준 게임이 바로 ‘위닝 일레븐’이었다. 아마도 2000년도 초반에 대학생활을 한 남자라면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2002년 월드컵 열기와 박지성 선수가 EPL에 진출하며 최대 전성기를 맞았던 게임이다. 축구를 좋아하던 친구들과 한게임만 하자고 들어가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는 했다. 단순한 축구게임이지만 지게 되면 승부욕에 엄청나게 화가 나기도 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없지만, 그때 들인 돈과 시간이 가끔은 너무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위닝 일레븐. 한국에서 이 축구게임을 성장시킨 1등 공신은 박지성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축구 게임을 더 잘하고 싶어 게임기를 사서 집에서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학생이 사기에는 비쌌지만, 그때부터 내 마음속 장바구니에 저장되었다. 깊이 저장되어 있던 장바구니에서 다시 게임기를 바라보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결혼이었다. 온라인 등에서는 다량의 가전기기를 구매할 때 한꺼번에 게임기까지 구매하라는 경험담들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임기를 사게 된다면 축구게임을 즐기던 그 게임기를 사고 싶었다. 축구게임 외에도 많은 게임타이틀(소프트웨어)을 보유하고 있었고, 격투 게임과 다양한 RPG 등이 있었지만 ‘Just Dance’라는 춤추는 게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걸로 다이어트도 할 수 있겠는걸?

중앙일보

'Just Dance' 게임. 동작을 인식하여춤을 추는 게임,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아내에게 같이 게임을 하는 청사진을 그려주었다. 귀여운 그래픽의 RPG ‘뚱뚱보공주 구출대작전’, 한 번쯤 해보았을 ‘뿌요뿌요와 테트리스’, 다이어트를 위한 ‘Just Dance’ 아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유튜브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게임기가 프로모션을 해서 지금 사야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슬쩍 언급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렸다. 지인이 남편에게 사준 게임기를 남편이 잘 안 해서 내게 싸게 팔겠다고 한 것이다. 거의 새 제품인데 가격은 반값이었다. ‘나도 지인의 남편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뒤로하고 구매하였다. 아마도 게임기의 주인은 날 미워할지도 모르겠다.

게임기는 샀지만, 게임타이틀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럴 땐 중고거래를 이용하자.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도 있고, 강변이나 신도림 등 게임을 취급하는 곳에서 중고 게임타이틀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미 엔딩까지 봐버린 RPG 게임이나, 철이 지난 스포츠 게임들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오히려 퍼즐이나 댄스게임은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 게임들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하려고 했던 귀여운 그래픽의 RPG 게임은 한두 번 하다가 너무 어렵다며 구석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고, 댄스게임은 집들이할 때 몇 번 틀어서 자랑했다가, 춤추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웃어주는 아기 덕분에 강제 댄스 타임을 가지고 있다. 이것 때문에 정말 살이 빠진다면, 게임기 구매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