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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 '홀짝제' 첫날 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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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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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서부센터에 접수를 문의하는 소상공인들이 가득차있다. /사진=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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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만만합니까. 새벽 6시에 와서 줄을 서야 겨우 접수한다니, 집 먼 사람은 접수도 못하는 거 아니냐"

중소벤처기업부가 1일부터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1000만원 직접대출' 홀짝제를 시행했지만 현장 혼란은 지속됐다. 병목현상 해소를 위해 도입한 홀짝제는 홀수날에는 출생연도 홀수인 사람이, 짝수날에는 짝수인 사람이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서부센터와 동부센터, 중부센터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놓친 소상공인들이 접수마감으로 헛걸음하는 현상도 반복됐다. 하루에 접수 가능한 인원이 여전히 센터당 50명 안팎에 그쳐서다.

센터당 하루 50여명만 접수…새벽부터 줄서야 겨우 접수

소진공 서울서부센터는 지난달 30일부터 1000만원 직접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리대출 등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8명의 현장 직원으로는 하루에 50여명의 소상공인 대출밖에 접수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부센터 입구는 새벽 7시 이전부터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모여든 소상공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부센터 관계자는 "직원들이 아침 7시쯤 출근하는데 이미 출근할 때부터 대기줄로 센터 복도가 가득찼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온라인 예약 20명·현장 접수 30명, 총 50명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며 "새벽 7시 이전에 줄 선 분들이 이미 30명을 넘어 그분들조차 다 번호표를 드리지 못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동부센터와 중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상훈 중부센터 센터장은 "본부에서 2명을 지원받아서 7명이 직접대출 심사만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직접대출 접수는 1인당 90분가량 소요돼 1일 처리 건수는 현재 50~60건"이라고 말했다. 두 센터는 밀려드는 업무 때문에 매일 저녁 10시까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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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중부센터에 '폭언금지'를 요청하는 호소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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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한계 때문에 현장에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금천구에서 PC방을 운영한다는 한 소상공인은 "홀짝제를 하나마나 접수를 하려면 새벽 6시에는 와서 줄을 서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며 "어차피 장사도 안 되니가 와서 줄이나 서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터넷 예약에 대해서는 "도저히 홈페이지가 들어가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진공 인터넷 예약페이지는 서울·강원·충청권 예약이 가능한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 트래픽이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됐다.

여행업을 한다는 또 다른 소상공인도 "지금 당장 대출을 실행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자꾸 올 수 없으니까 서류만 좀 미리 접수받아 달라는 건데 그것도 못하게 한다"며 "왔다갔다하고 줄서다가 코로나에 걸릴 판"이라고 꼬집었다.

접수를 못 한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경찰지원을 요청한 센터도 있었다. 서울 중부센터와 동부센터 입구에는 경찰관이 배치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욕설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이 걸린 센터도 있었다. 중부센터 입구에는 "처음 도입되는 지원 정책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생기더라도 폭언과 욕설은 삼가해달라"며 "제발 부탁드린다"는 소진공 노동조합 명의의 호소문이 붙어있었다.


일부 소상공인들 "신용등급조회·홀짝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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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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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신청을 위해선 신용등급을 확인해야 하는데 미리 확인하지 않고 방문한 소상공인들로 인해 현장 업무는 더욱 지연됐다. 서부센터 입구에서는 한 관계자가 오전 내내 "신용등급은 확인하셨냐. 등급에 따라 이용이 달라진다"는 안내를 반복했다. 상당 수 소상공인들은 소진공에 와서야 신용등급을 확인했고 '은행으로 가라'는 답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익명을 요구한 소상공인은 "신용등급을 조회했다가 괜히 등급이 떨어질까봐 걱정돼 미리 조회하지 못했다"며 "주민등록번호처럼 본인 신용등급을 외우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소진공이 안내하는 나이스지키미 신용등급조회는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연 3회까지 무료로 가능하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홀짝제 자체를 혼란스러워하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았다.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한다는 소상공인은 "마스크는 요일제로 한다더니 대출은 홀짝제로 한다고 하니까 더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은 아직 시행초기이고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현장 적응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며 "온라인예약제와 접수홀짝제가 정착되면 현장의 혼란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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