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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불경 옮겨 적는 '사경'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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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을 필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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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작업인 ‘사경(寫經)’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사경 기술과 장인을 뜻하는 사경장(寫經匠)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사경은 불교가 전래한 삼국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목적은 경전 배포. 목판 인쇄술이 발달한 8세기 중엽부터는 주로 공덕을 위해 행해졌다.


사경은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 전문 기관이 운영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주로 국가 발전과 개인 안녕을 비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그 수준은 고려 후기 충렬왕(재위 1274∼1308) 때 중국에 사경승 수백 명을 파견할 만큼 우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유교를 중시한 조선이 건국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고, 일부 왕실 구성원과 사찰에 의지해 겨우 명맥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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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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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은 8세기 중반 제작된 국보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국보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도 남색 종이에 금색과 은색 물감으로 그려져 유명하다.


사경 작업은 필사, 변상도(變相圖·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제작, 표지 장엄 등으로 나뉜다. 금가루 만들기, 아교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 긋기,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표면 처리 등 다양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경을 하려면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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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씨는 40여년간 사경에 매진하며 그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사경 재료와 형식, 내용 등도 꾸준히 연구해 적임자로 인정됐다. 그는 조계종이 1997년 주최한 첫 번째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하고, 변상도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및 인정 여부를 확정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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