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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궁지에 몰린 화웨이, 美 제재하면 삼성 반도체 쓰면 된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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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작년 미국산 칩⋅부품 187억불 구매 전년비 70%↑
최신 P40 뜯어보니 퀄컴·스카이웍스 美 반도체 줄줄이
삼성·미디어텍도 미국산 장비로 칩 만들어 제재 대상

지난해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중국 내 애국소비로 버텨온 화웨이가 더 큰 제재가 있을 때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쓰면 된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에서 최대 경쟁자 중 하나지만, 삼성 반도체 없이는 생존이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올해 미국의 추가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구입 길 조차 막히게 되기 때문에 화웨이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3월 31일(현지 시각) 중국 선전 본사에서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은 화상으로 2019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진행했다. 그는 "2019년은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로) 매우 어려운 한해였지만, 2020년은 (미국 추가 제재, 코로나19 등 여파로) 작년보다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생존하는 것에 주력해서 실적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의 스마트폰 판매량 연간 전망치 등을 제시하지조차 못했다.

조선비즈

화웨이는 어려웠던 작년보다 올해 더 어려운 한해를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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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16일자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 등을 정부 허가 없이는 거래할 수 없는 거래제한 기업에 올려 압박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구글이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라이선스 제공을 중단했다. 화웨이는 ‘메이트 30’ ‘P40’ 등 주요 스마트폰을 구글 앱 없이 출시했고, 중국 밖에서는 지메일·구글맵은 물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앱을 다운받을 수 없는 스마트폰에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쉬 회장은 작년 5월 16일 이후 화웨이 사업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스마트폰이 포함돼 있는 소비자 사업 부문 매출이 100억달러(약 12조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올해 이보다 더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같은 미국산 장비를 써서 반도체를 만들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미국산 장비에 의존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이 안이 실현될 경우 화웨이는 칩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이 제재가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대만 TSMC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쉬 회장은 "그저 시나리오이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 제재마저 현실화한다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칩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부문에 있어서는 이미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화웨이는 2년 연속 상위 5대 주요 매출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칩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미디어텍 칩이 화웨이 고사양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단시간에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인 ‘P40프로’와 지난해 모델 ‘P30’을 분해한 결과를 보면, P40프로의 핵심 통신 부품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퀄컴, 스카이웍스, 코보 등이 생산한 제품이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만 미국 마이크론에서 삼성전자로 대체됐다.

실제 쉬 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해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로부터 사들인 부품 등의 규모가 187억달러로 전년보다 70%이상 늘었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성능 스마트폰에서 미국산 칩과 부품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삼성전자나 TSMC를 통해 칩을 생산하는 미디어텍 모두 전공정에서 미국산 장비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제재가 시행되면 이런 대안은 무의미하다. 완전히 반도체 수입길이 막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중국 밖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구글에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 앱스토어에서도 구글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것처럼, 자체 앱 스토어를 통해 구글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측 제재 취지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쉬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이 정말 화웨이를 제재한다면, 중국 정부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목졸라 죽일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새 조치가 시행되다면 중국 정부도 똑같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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