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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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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길게보고 크게놀기]코로나19 위기→기회 반전을 노리는 중국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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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걸쳐 78만명(3월 30일 기준)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 간의 새로운 패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중국을 초과하면서 국면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미국은 약 16만1807명의 확진자로 코로나19 확진자 수 1위를 차지했으며 이탈리아가 2위(10만1739명), 스페인이 3위(8만7956명), 중국이 4위(8만1518명)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총 확진자 중 7만6052명이 완치되고 3305명이 사망하면서 현재 확진자 수는 2161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등 전염병이 확산될 때 적극적으로 원조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주도한 건 항상 미국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미국 대신 중국의 대응이 더 적극적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은 2개월여에 걸친 우한 봉쇄와 철저한 격리 조치로 소강국면에 진입했다. 지난달 30일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8명에 그쳤으며 전부 해외에서 입국한 역유입 사례였다.

반면 미국은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수백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10만~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의 허위정보 게임

미국과 중국의 허위정보(disinformation) 게임도 뜨겁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치열한 기싸움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2일 트위터에 “미군이 우한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코로나19 정보의 소통을 막고 정확한 정보를 다른 국가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자 중국은 오히려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다는 허위정보를 흘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중국 내 인사가 봐도 좀 심했던 듯, 지난달 24일 추이텐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자오리젠 대변인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생명을 구하는 게 체면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하다”(Saving lives is more important than saving face)는 말과 함께 말이다.

미중간의 비방전은 대변인 수준에서 머물지 않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5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 ‘코로나19’ 대신 ‘우한 바이러스’로 명기할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성명 채택이 무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대신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는 표현을 고집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이 표현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중국 정부가 정보를 감췄다는 불만은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진입하면서 여유를 가지게 됐다. 2월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몇 천명씩 증가할 때만 해도 중국인의 불만이 중국 공산당에 쏠리게 될까봐 노심초사했지만, 우한ㅜ봉쇄를 비롯한 초강수를 취함으로써 코로나19가 빨리 잡혔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증가 추세를 확실히 잡은 나라는 지금까지 중국과 한국 밖에 없다. 사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몇 천명씩 증가할 때만 해도 중국 정부가 위기에 빠지나 싶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중국

그런데, 이탈리아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급증하기 시작하자, 중국에게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다. 중국인들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를 극복한 사실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 1위가 된 것을 바라보는 중국 네티즌들의 시선도 중국 정부에 호의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보면서 중국 정부의 대응능력을 재평가하게 된 것이다.

초강도의 봉쇄정책으로 대표되는 중국식 해결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 우한을 방문하며 코로나19 종식선언을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리더십 측면에서도 중국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과소평가하며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동안 중국은 해외 원조를 늘렸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에 마스크를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원조에 나선 것이다.

예전 같으면 미국이 했을 일을 중국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전문가까지 쓴 소리를 쏟아낼 정도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아프리카 지원을 진두지휘한 라지브 샤 전 미국 국제개발처 처장은 당시만 해도 미국의 주도로 세계 각 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신 이 공백을 채우고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 정부뿐 아니다.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 역시 유럽 각 국에 화웨이 로고가 찍힌 마스크 및 의료장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유럽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후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화웨이의 입지는 분명 더 유리해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중국의 노림수가 무섭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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