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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외교부 기밀 공개하면서 임종석 기획 ‘임수경 방북’은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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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생산된 외교문서 기밀 해제

임수경 사건은 북한 반응만 담겨

“현 정부 인사 얽혀 공개 않나” 논란

외교부 “임씨 개인정보 보호 차원”

중앙일보

1989년 6월 30일~8월 15일 무단 방북한 임수경씨가 7월 7일 평양에서 열린 청년 집회에 참석해 북한 대표와 연설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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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1989년에 생산된 외교 문서의 기밀을 대부분 해제하면서도 당시 큰 사회적 이슈였던 ‘임수경 무단 방북 사건’ 관련 문서는 비공개 처리했다.

외교부는 31일 총 1577권(23만6900여 쪽) 분량의 기밀 외교 문서를 해제했다. 외교부는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외교 문건을 심의를 거쳐 공개하는데, 올해는 89년에 생산된 문서가 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해 있었던 임수경 방북 사건 관련 문서는 극히 일부만 공개됐다. 임씨는 89년 6월 30일~8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다. 일본~서독~동독~러시아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고,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하지만 외교부가 공개한 건 “(임씨 구속 이후)유엔에서 북한 대표단이 임수경 투옥과 한국 좌파 학생들에 대한 탄압을 비판했다” 등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엽적 내용이 전부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3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알 권리가 목적인 만큼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의를 거쳐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임씨 사건 관련 문서를 비공개 결정, 현 정부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전대협 3기 의장이었고, 불법 방북을 도운 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외교부는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북 사건 관련 주요 문건은 통일부가 관리하고 있고, 외교부 문서는 한 권 분량(약 160쪽)에 불과했다”며 “임씨가 판문점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미국·일본과 외교적으로 협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재국 정부의 리셉션에서 나눈 대화 보고 등 사소한 전문 한 장까지 공개하는 게 그간의 관행이다. 분량이 많고 적고는 공개 여부의 본질과 상관없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임씨 개인 신상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임씨는 이미 공인이라는 점에서 역시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이와 관련, 심의에 참여한 외부 인사는 “미국 등과 협의 과정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비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이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비공개를 허용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를 방패 삼아 주목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들은 비공개하는 것을 두고 공개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올해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노태우 정부가 동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헝가리와 수교하기 위해 6억 5000만 달러의 경제 협력을 약속하고 1억 2500만 달러의 은행 차관을 선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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