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부실 은폐, 수익 조작, 횡령…1.6조 펀드 환매 중단 “희대의 금융 스캔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임사태 어쩌다 이지경 됐나

금감원 관리·감독 미흡 비판 일어

“희대의 금융 스캔들”. 이른바 라임사태에 대한 한 금융당국자의 평가다. 라임사태는 어쩌다 스캔들로까지 비화한 걸까.

라임사태는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플루토·테티스·무역금융 등 3개 펀드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157개 자펀드의 환매를 중단키로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추가로 환매 중단된 크레디트인슈어드 펀드까지 하면 최종 환매중단 펀드는 자펀드 기준 173개, 1조6679억원어치다.

라임펀드는 현재 반토막 수준으로 망가졌다. 2월 14일 라임운용이 공개한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9월 말 대비 플루토 -49%, 테티스 -30% 수준이다. 미국 헤지펀드의 폰지사기 등에 연루된 무역금융펀드는 거의 전액 손실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라임운용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져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검찰 조사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펀드 부실 은폐·수익률 조작·횡령·수재 등 범죄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라임 펀드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었다. 라임운용에 돈이 몰리자 무자본 인수합병(M&A) 작전세력이 꼬여 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대표적이다. 8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코스닥 업체 리드 역시 라임이 500억원을 투자한 업체다.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과 주변인들이 이에 가담했다. 최근엔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 중 한 곳인 신한금융투자의 담당 임원이 수재·사기 등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의 범죄로 라임펀드 투자기업이 부실화하자 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이상징후를 포착해 8~10월 두 차례나라임운용을 검사한 금감원은 여태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월엔 환매 중단된라임펀드에서 195억원이 추가로 유출되는 걸 인지하고도 이 돈이 작전세력의 횡령 자금으로 쓰이는 걸 막지 못했다. 대신 금감원은 펀드 투자자산에 대한 삼일회계법인 실사, TRS 증권사들의 양보를 종용하는 등의 업무에 치중했다.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등은 라임운용과 범죄 세력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준 꼴이 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또 다른 라임사태를 막으려면 사모펀드에 대한 세세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운용사가 투자정보를 수익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