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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치 약자들의 힘겨운 총선]유세차만 1500만원…“명함 배부도 제한, 1만장 그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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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세서 쌓이는데 후원 받기 쉽지 않아 ‘돈 선거’에 한숨

현역만 유리한 규제투성이 선거법…“숨 쉬는 것만 가능”

후원금 ‘1억5000만원 대 3억원’ 불공평한 선거 룰도 발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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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전국 253개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는 모두 1117명이다. 그중 20~30대는 불과 71명. 여야 가릴 것 없이 청년을 말했고, 인적쇄신 공천을 강조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벽을 통과해도 가시밭길이다. 돈 선거, 규제투성이 선거법의 이중고에 신인과 청년들은 “내가 왜 출마했을까”라는 회의에 부딪힌다.

■ 돈, 돈, 돈…속 앓는 정치신인들

ㄱ후보에겐 이번이 첫 총선이다. 쌓이는 비용 명세서를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다. 90여㎡(30평) 사무소 임차료만 한 달 300만원이다. 최근 새로 이사하면서 두 달치 600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관리비 77만원과 보증금 500만원은 별도 비용이다.

8쪽짜리 예비후보 공보물도 돈이다. 1만500부 발송에 800만원이 넘었다. 제작비는 최대한 아꼈지만, 우편요금은 할인조차 안된다. 사무소 외벽 현수막 제작에 250만원이 들었다. 제작비 말고 설치인력과 크레인을 부르는 데도 돈이 든다. 철거 비용도 내야 한다.

2일부터 당장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만 돈 걱정부터 앞선다. 1.5t 트럭 유세차를 13일 동안 빌리는 데 1500만원이다. 일당 7만원인 선거운동원을 몇 명이나 쓸지는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 후원금이 얼마나 더 들어오는지 봐서 결정할 계획이다.

ㄱ후보는 예비후보 등록부터 선거까지 4개월 선거비용으로 1억2000만원을 잡았다. 당이 지원하는 5000만원에 후원금 7000만원을 보탤 생각이었다. 법정 한도인 1억5000만원 모금은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이름값 ‘없는’ 정치신인을 선뜻 후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선거가 코앞인데 지금까지 모은 후원금은 3000만원을 겨우 넘었다. 목표치 절반도 아직 못 채웠다. 선거가 있는 해에 현역 의원은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중량감 있는 의원들은 한도까지 꽉꽉 채운다.

■ 발 묶인 신인, 현역은 ‘프리미엄’

돈이 없으면 발로 뛴다는 각오로 선거에 나서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숨 쉬는 것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인들에겐 빡빡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막상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명함과 공보물을 돌리고, 문자를 보내는 정도다. 깐깐한 단서 조항 때문에 활동폭은 더욱 좁아진다. 명함은 길이 9㎝·너비 5㎝ 이내로만 써야 한다. 배부 장소도 제한된다. 지하철이나 버스터미널 개찰구 안에서는 명함을 돌릴 수 없다. 공항이나 병원, 학교도 안된다.

예비후보 공보물은 지역구 전체 가구의 10분의 1 이상 보낼 수 없다. 그마저도 직접 배달은 안되고, 우편 발송만 가능하다.

정치신인들이 선거법에 발이 묶인 사이 현역 의원들은 프리미엄을 누린다. 선거일 90일 전까지 가능한 의정보고회는 선거법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다. 기간 제한이 임박하면 의원들의 의정보고회 러시가 이어진다. 읍·면 사무소, 동주민센터나 동네 경로당 등에서 ‘찾아가는 의정보고회’를 열어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의정보고서에도 각별히 공을 들인다. 규격이나 배부 장소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20명 이상 단체 문자 발송은 8회 이내로 제한한 법규도 의정보고 형태만 띠면 피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역들에게만 유리한 게임의 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존 정치인은 의정보고 등 사실상 제약 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정치신인은 불가능하다”며 “현역 의원의 정치 활동을 막을 방법은 없으니, 신인들의 활동 여지를 넓혀주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을 고쳐 선거운동 기간 제한을 해제하고, 선거운동 내용도 최대한 자유롭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도 “정치신인들은 기껏 할 수 있는 게 어깨띠 두르고 명함 돌리는 것 정도밖에 없다”면서 “선거운동 관련 법 조항을 확대·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인 1억5000만원, 현역 3억원’이라는 불공평한 정치자금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이혜온 지평 선거법전문팀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정치자금법 아래에서 정치신인이 현역 의원과 경쟁하기는 너무 어렵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정치자금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후원금 한도도 채우기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하면 각 정당의 정치신인·청년후보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진용·조형국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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