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어린이 날 개막, 144경기 최후 방어선

10개구단 단장들이 KBO 긴급 실행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지은기자] 무한 도돌이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키를 쥐고 있어 한국야구위원회(KBO) 입장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KBO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대응 실행위위원회(단장회의)를 열고 팀간 교류전 시작 여부를 논의했다. KBO는 당초 내달 7일부터 인근 거리에 있는 팀끼리 교류전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 해외 역유입과 집단감염 현상이 사그라들지 않아 팀간 교류전을 2주 연기했다. 빨라도 오는 21일 팀간 교류전을 진행할 수 있다. 개막 2주 전 일정 확정이라는 전제조건을 고려하면, 마지노선은 5월 5일 어린이 날이 된다. 2주간 교류전(3일 종료)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린이날 개막을 추진할 수 있다.

SK 손차훈 단장과 KT 이숭용 단장, LG 차명석 단장, 삼성 홍준학 단장(왼쪽부터) 등 10개구단 단장들이 KBO 긴급 실행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실행위에 참석한 수도권 구단 단장은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 어린이날 개막을 하면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보다 늦어지면 하루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144경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KBO와 구단의 판단”이라고 귀띔했다. KBO 핵심 관계자도 “어린이날 개막을 못하면 경기수 축소를 논의해야 한다. 이럴 경우 얼마나 축소할지를 두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108경기부터 135경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시뮬레이션하고 있지만, 기본 입장은 ‘리그 축소는 어렵다’로 모인다. 중계권료와 프리에이전트(FA) 등록일수 조정 등 리그 축소에 따른 후속 조치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5월초 개막하더라도 시작 단계에서는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을 보고 30% 50%식으로 관중수를 늘려가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원하는 시기에 개막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 심리적 마지노선인 개학 여부가 사회적 분위기를 가늠하는 기준점이라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하교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야구도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정부 대책 발표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막시기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 정민철 단장과 롯데 성민규 단장(왼쪽부터) 등 10개구단 단장들이 KBO 긴급 실행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지방구단 단장은 “각 구단도 아직은 시즌 축소를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실시간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도권을 코로나19가 쥐고 있으니 현 상황에서 대책을 세워본들 큰 의미 없다는 게 중론다. 단장들은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가기를 비는 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따라서 오는 7일 개최할 실행위에서는 진일보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를 얼마나 유지할지, 만약 개막한다면 방역과 감염예방 대책은 어떻게 수립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리그 축소를 염두에 두고, 몇 경기로 줄일지, FA등록일수 등은 어떤식으로 조정할지 등도 이날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일주일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면 정규시즌 개막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색은 안했지만 KBO도 리그 축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위기대응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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