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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연준 개입에도 美기업 신용전망 줄하향···연쇄 디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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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의 굴욕

무디스 "항공·숙박·車 등 위태

유가 급락으로 석유업체도 흔들"

유동성 확보 위해 발행은 늘어

지난주 투자등급 회사채 89조

옐런 "기업들 투자·고용 줄여

경기회복 더욱 어려워질 수도"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경색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에 무더기로 ‘부정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경우 신용등급 자체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미국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고 이는 고용과 소비 축소로 이어져 경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미국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무디스 신용담당 선임인 에드먼드 드포레스트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줄 것”이라며 회사채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경제가 침체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하향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드포레스트는 항공·숙박·크루즈·자동차 부문 등이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제유가 추락의 여파로 원유·천연가스 산업의 위험도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은행도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기둔화로 신용여건이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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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사채 시장 지원 발표에도 무디스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디스는 연준의 회사채 시장 개입이 유동성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분야는 여전히 취약할 것으로 예측했다. 드포레스트는 “일부 기업의 타격은 완화하겠지만 장기적 생존능력이 불명확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의 비금융 회사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조6,000억달러(약 8,072조원)로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마무리됐을 당시에 비해 78%나 급증했다. 저금리 등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영업중단 등 기업활동 위축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수요까지 가세하며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더욱 급증하는 추세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딜로직을 인용해 지난주(3월23~27일)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731억3,000만달러(약 89조1,000억원)로 주간 단위로는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투자등급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기업들이 투자부적격인 정크(junk·투기) 등급으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회사채가 이미 7,650억달러(약 935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이처럼 대규모 발행된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상환 및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질 수 있다. 무디스는 올해 1,690억달러(약 206조원), 내년 3,000억달러(약 366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각각 만기를 맞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과도한 부채는 기업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경제에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옐런 전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화상연설에서 “특히 수개월 내 기업들의 잇단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보게 될까 두렵다”면서 “디폴트를 피하려는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며 이는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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