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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靑 청원 압박에 n번방 담당 판사 결국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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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性) 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기소된 'n번방 사건'을 맡았던 담당 판사가 교체됐다. 해당 판사를 교체해 달라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급증하자, 부담을 느낀 판사가 스스로 재배당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이유로 담당 재판부가 교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이 여론 압력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30일 'n번방 사건'으로 기소된 이모(16)군의 담당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 형사 20단독(오덕식 부장판사)에서 형사 22단독(박현숙 판사)으로 변경했다. 법원은 "국민청원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담당 재판장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하면서 관련 예규에 따라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군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조씨에 앞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군 사건을 배당받은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가수 고(故) 구하라씨 남자 친구의 사건을 맡아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이를 들어 일부 시민단체는 오 부장판사가 이군 사건을 맡는 데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17일 '오 부장판사를 n번방 사건 재판부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30일 오후 참여 인원이 40만을 넘어섰다.

서울중앙지법은 28일까지만 해도 "재배당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이유로 판사를 교체하면 사법의 독립성이 문제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30일 오 부장판사가 재배당 신청을 하자 재판부를 교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원이 여론 압력에 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형식상 본인 신청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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