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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학생 따라온 코로나… 서울 확진 60%가 해외 입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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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최근 1주 대구·경북 주춤한데 서울·경기·인천은 해외發 증가세

정부 "입국자 전원격리"에 현장선 "이제라도 전면 입국금지해야"

'문 열고 방역'이 이어지면서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다시 증가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일 "이날 신규 확진자 105명 중 해외 유입 사례가 41건(39%), 전체 누적 확진자 9583명 중 해외 유입 사례가 412건(4.3%)"이라고 했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확진자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면서 실시 직전 1주일 658명에서 실시 후 1주일 397명으로 감소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문을 열고 '고강도 사회적 격리'를 해봐야 코로나가 진정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외국인 입국은 전면 금지하고 남은 방역 자원을 국내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현재 확산세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다음 달 1일부터 국적·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는 2주간 의무적 격리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확진자 60%가 해외 유입

29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2~28일 서울시 확진자 88명 중 60%인 53명이 해외 유입 사례였다. 해외 감염 사례 중 32명(60%)은 유학생 또는 대학생 등 학생 신분이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미국과 유럽에 있던 유학생들이 급거 귀국했고, 그 결과 수도권 확진자도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KTX 해외입국자 전용칸 ‘나홀로 집으로’ - 29일 오전 경기도 광명역에서 한 해외 입국자가 부산행 KTX 열차의 해외 입국자 전용 칸에 탑승해 철도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한국철도(코레일)는 전날인 28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용 칸을 운영하며 KTX(18칸)는 17·18호 차를, KTX-산천(8칸)은 8호 차를 해외 입국자 전용 칸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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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선 지난 28일 하루에만 해외 유학생 3명이 코로나로 확진됐다. 각각 미국 뉴욕주, 캔자스주, 영국 런던에서 유학하던 학생들이었다. 유학생 학부모 확진 사례도 나왔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43세 여성은 영국 런던에 유학 중인 초등학생 딸과 함께 지난 18일 귀국했는데 고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세로 27일 오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2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22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1주일 동안 확진자가 701명에서 916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은 "대구·경북 확진자는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는데 서울·경기가 꾸준히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인천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 기간 인천 확진자는 18명 늘어났는데 14명이 해외 유입이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해외 유입자들에 대한 검역과 자가 격리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자가 격리 외에 증상이 없는 해외 유입자를 관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정 본부장은 "하루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가 4000명이 넘는 상황인데 14일 동안 모두 시설에 격리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1일부터 '외국인 사실상 입국 금지'

그동안 외국인 입국 금지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정부는 29일 입장을 바꾸고 "다음 달 1일부터 입국자 전원을 2주일간 의무 격리하겠다"고 했다. 외국인은 입국 때 국내 주소가 없으면 시설에서 격리된다. 이 기간 동안 드는 경비는 일본처럼 격리자 본인이 부담하게 했다.

현장에선 진작 외국인 입국을 막아야 했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한된 방역 역량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는 외국인은 거의 입국하지 않고 국민이 주로 들어오니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단 한 명의 감염원이라도 줄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대구에서 의료진 121명이 확진됐는데 결국 의료진 피로도가 극심해지면서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코로나 사태가 2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활동이 억눌린 시민들과 의료진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2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 금지를 해주기 바란다"고 썼다.

병원·교회의 집단감염도 계속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코로나 감염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는 막기 힘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정신병원 등에서의 집단감염 사례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대구 제이미주병원(75명), 대구 한사랑요양병원(24명) 등에서 집단감염자가 계속 나왔다.

최재욱 교수는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 같은 시설이 취약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그동안 방역에 신경 쓰면서 이들 대상으로는 검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확도는 떨어지더라도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파악하고, 다시 확진 검사를 하는 식의 전향적인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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