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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코로나19 대유행, 9·11 뛰어넘는 최악의 정보전 실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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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커 젠코 "정보기관 대유행 경고 트럼프 대통령 의도적 무시"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 무너져

트럼프, 재선 집착이 결국 화를 불러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 정보기관 등이 여러 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묵살하면서 발생한 정보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마이커 젠코 화이트헤드 선임 연구원은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위험을 대응한 데 있어서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젠코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이번 코로나19 대응은 역사상 정보전의 최악의 실패로 지적됐던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이나 1979년 이란 혁명, 2001년 9·11 테러를 뛰어넘는 최악의 정보전 실패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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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코 연구원이 이번 사안을 최악으로 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는 3단계를 거쳐서 발행했다고 분석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 가졌던 최초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명한 지도자였다면 자신의 판단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자기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은 대통령 주변의 참모나 공직자들에게 전염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는 발언이라도 군이나 정보당국이 결국 따르게 된다. 대통령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따라하지 않으면 자리를 내놔야 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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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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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은 결국 정부의 정책기구에도 확산되면서, 누구도 이에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동안 연방정부의 경우 어떤 정권이든 각각의 기관은 상당한 자율성을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주요 인사들이 전문성보다는 백악관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한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이 정부의 많은 사람은 유행하리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젠코 연구원은 "초기 단계에서 백악관의 무시와 방관은 현대 대통령이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트럼트 대통령이 애초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그 주변 사람들이 이를 조장했으며, 제대로 되지 못한 정책 대응으로 인해 오늘은 물론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오판은 상당 부분 재선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어느 날 기적처럼 코로나19가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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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기적은 없었다. 미국에서는 12만2666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나라가 됐다. 한 주에 330만명이 실업 수당을 신청하는 것처럼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미 지방정부들은 산소호흡기와 의료물품을 지원해달라고 읍소할 정도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든 미국 경제를 재가동 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집착은 올해 11월 대선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여겨졌던 리즈 체니 미 하원의원조차도 "병원에 사람들이 몰려와 감당할 수 없고,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수천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서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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