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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거대한 장례식` 이탈리아, 31일 전국 조기게양…화장터 모자라 軍트럭으로 시신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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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7일(현지시간) 저녁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바티칸 시국 내 텅 빈 성베드로광장 제단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출처=로이터·아르헨티나 인포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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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으로 가장 큰 치명타를 입어 나라 전체가 거대한 슬픔에 빠진 이탈리아가 오는 31일 조기를 내걸고 전국 추모 의식에 들어간다. '명품 패션의 고향'으로 통하던 이탈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샤콘느(토마소 비탈리 작곡) 음정같은 비탄에 휩싸인 상태다. 하루 새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등 코로나19가 끝없이 그림자를 드리운 탓이다. 이런 가운데 수도 로마 인근 바티칸 시국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특별 축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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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마리노 광장 한 건물에 비춰진 이탈리아 국기.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사망자가 끝없이 늘면서 전국 시청이 오는 31일 애도 차원에서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출처=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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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현지 신문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안토니오 데카로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협의회(ANCI)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는 31일 정오에 전국 시청은 조기를 게양하고 코로나 희생자를 위해 1분간 묵념을 진행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베르가모 시장이 오는 31일 조기 게양과 묵념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기로 하자 다른 지역 시장들이 함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병원이 된 듯한 분위기다. 이날 기준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9134명이다. 발원지인 중국 본토 사망자(총 3299명)보다 사망자 수가 3배 가량 많다. 하루 새 무려 969명이 무더기로 목숨을 잃은 결과다. 확진자 수는 총8만6498명으로 전날보다 5909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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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 시에서는 화장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넘쳐나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군용 차량을 동원해 관을 다른 지역으로 실어나르는 영상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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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희생자가 집중된 북부 롬바르디아 주는 지역이 거대한 장례식장처럼 변했다. 롬바르디아 주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죽음의 도시' 베르가모 시에서는 화장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넘쳐나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군용 차량을 동원해 관을 다른 지역으로 실어나르는 영상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트(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베르가모에선 부고 기사가 지면 전체에 빼곡히 적힌 지역 신문이 나부끼고, 병원 영안실에 시체 둘 공간이 없어 성당에까지 관이 들어차는 비참한 상황이 하루 하루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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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특별 축복에 나선 교황이 로마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에서 가져온 나무 십자가를 보며 허리 굽혀 기도하고 있다. 이 십자가는 1522년 페스트가 로마를 휩쓸던 때 신자들이 들고 다니며 16일간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던 것으로, 이후 페스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는 전설이 담겨있다./출처=로이터·인포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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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수도 로마 인근 바티칸 시국에서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특별 축복에 나섰다. 봄비가 내린 이날 저녁 교황은 텅 빈 성베드로광장을 내다보며 특별기도를 열었다. 교황은 코로나판데믹에 대해 "짙은 어둠이 우리의 광장과 거리, 도시를 뒤덮었고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 삶을 사로잡았다"면서 "두려움에 빠져 헤매이는 인류를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15분간의 시간 동안 교황은 "주님이 이 세상을 축복하시고 건강을 주시고 마음의 위안을 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성베드로대성당 제단 앞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로마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에서 가져온 나무 십자가를 보며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고 이날 인포바에 등이 전했다. 이 십자가는 1522년 페스트가 로마를 휩쓸던 때 신자들이 들고 16일간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고, 이후 페스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27일 교황의 기도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혹은 새 교황 즉위 때 하는 특별 축복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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