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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강민구의 星별우주]'코로나19' 속 이탈리아에 수출 이뤄낸 천문 연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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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와 전파망원경 공급 계약

11년 넘는 연구개발...핀란드, 스페인, 독일, 미국 등 관심

화상 통화, 현지 변호사 선임하며 수출 이뤄내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갈랄레오 갈릴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배출한 천문학의 본고장입니다. 최근 한국 천문 연구자들이 감염병 확산속에서도 이곳에 우주 관측 시스템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초소형 3채널 수신기’를 이탈리아 국립 전파망원경에 3기에 총 280만 유로(약 37억원)에 공급하는 수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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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3채널 수신기.


수신기 개발을 이끈 한석태 박사팀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인데요, 당시 8년 넘게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4채널 동시 관측 수신기를 개발했습니다.

한석태 박사는 “당시 참조할 만한 대상이 없어 직접 연구자들과 손으로 만들며, 연구를 반복했다”며 “일정하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았던 연구비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수신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우주 전파 관측은 하나의 주파수를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이와 달리 4개 주파수 관측이 가능한 수신기가 개발되면서 우주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어 유럽, 미국, 스페인, 호주 등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외 수출에 걸림돌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신기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에 설치돼 지난해 블랙홀 관측 당시 블랙홀 이미지 밝기 검증 자료에 활용됐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한국 우주전파망원경에 맞춰 제작하다 보니 유럽의 전파망원경에 설치하기에는 크기가 컸습니다.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규모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면서 한 박사팀은 다시 2015년부터 3년여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규모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초소형 수신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수신기는 8~26, 35~50, 85~116GHz으로 3개 채널을 수신할 수 있고, 장착이 쉬운 초소형으로 제작돼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의뢰가 쏟아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제안해 수출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직접 오프라인 계약 체결이 어려워지자 연구자들은 이탈리아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계약을 이뤄냈습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전파망원경 특성에 맞춰 수신시스템을 사양에 맞춰 제작해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현지 연구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파천문학에서는 하나의 전파망원경 보다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운용하면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한국이 운용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은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설치돼 동시 다주파수 관측으로 활동성은하핵, 만기형 별 등을 관측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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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주전파관측망 운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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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국의 수신기가 앞으로 유럽, 미국 등에 장착된다면 보다 큰 가상 망원경을 구현해 블랙홀, 은하 관측연구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한 박사는 “초소형 3채널 수신기는 유럽 VLBI 관측망(EVN)의 핵심시설을 보유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핀란드, 태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시스템이 각국 전파망원경에 설치돼 한국우주전파관측망과 함께 활용되면 고감도, 고분해능으로 블랙홀 및 우주 초미세 구조의 별과 은하에 대한 관측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편은 한석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편집자주:우주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주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들의 경쟁과 각종 우주기술 발전으로 민간우주여행시대가 열리고 있다. 관광뿐 아니라 우주 쓰레기 처리, 장례식장, 별똥별 이벤트 등 우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인류의 노력도 계속 진화 중이다. 우주는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극한 환경의 우주에 최적화된 첨단 우주 기술들은 필수다. 세계 각국은 광활한 우주시장 선점을 위해 열띤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 우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우주 관련 기술, 우주의 역사,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우주 개발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우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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