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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민연금, 올해 주총장서 목소리 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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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주주제안 기관투자자 3곳 그쳐

내년엔 의결권 행사 강화 압박할듯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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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 힘은 작년보다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 지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고려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어 내년 주총에서는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 기준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은 지난해 6곳 대비 절반인 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국민연금, KCGI, SC펀더멘탈, 홀드코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이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올해는 KCGI,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돌턴인베스트먼트에 그쳤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아예 주주제안에 나서지 못했다.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가능하지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국민연금은 대신 의결권 행사에 집중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상장사 정기 주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은 22개사, 44개 안건으로 나타났다. 안건별로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보수 안건 등에 반대 표가 가장 많았다.


대한항공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작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연임 발목을 잡은 '3분의 2룰' 정관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안건은 앞서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했다.


금융권에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의 반대 표가 나왔다. 20일 효성 주총에서도 횡령ㆍ배임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조현준 회장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조현상 사장 재선임 건을 반대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던진 이들 안건 모두가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목소리가 약해졌다고만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전패한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시장에 남긴 메시지 또한 크다는 평가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부결 자체에만 집중해 의결권 반대 의견이 지니는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반대가 20~30%에 이르는 안건들은 부결이 되지 않더라도 다음에는 재상정하기 어렵고 실패한 안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내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진 탓으로 기업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압박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년부턴 기업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할 수 있는 주주제안에 대거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상황적 부분에서 기업에 조금 힘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많이 고려가 됐지만 내년에는 올해와 상황이 완전히 급반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법률, 경제 전문가 43인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개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의 90.7%(39명)가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운용 독립성에 관해서는 38명(88.4%)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라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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