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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상천외’ 청백전, 야구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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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맞춤 ‘효율·창의·자율’ 우선

투구수 따라 이닝 끝내거나 지속

1이닝 4아웃, 10·11번 타자도 등장

경향신문

지난 23일 대전구장에 열린 프로야구 한화의 청백전 청팀 기록지. 2번타자 하주석과 4번 김태균이 모두 지명타자로 나왔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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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청백전’이 열렸다. 청팀 타순이 조금 이상했다. 2번 하주석과 4번 김태균이 모두 ‘지명타자’였다. 야구는 원래 9번까지지만, 10번 타자 김지수가 중견수였다. 6회부터는 3번 송광민이 수비에서 빠지고 지명타자가 됐고, 11번 타자 정기훈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백팀도 5회부터 유장혁이 10번·우익수로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신인 투수 남지민은 이날 8회초 백팀 공격 때 청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던진 뒤 8회말에 그대로 마운드에 남아 청팀을 상대로 또 1이닝을 던졌다. 이거, 야구 맞을까?

코로나19 사태로 KBO리그 개막이 4월20일 이후로 늦춰진 가운데 리그 10개 구단에선 ‘청백전’이 한창이다. 경기 감각 유지는 물론 기량 발전을 위한 훈련의 성격을 띤다. 제한된 환경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

10번, 11번 타자의 존재는 가능한 한 타자들이 실전 배팅을 더 많이 하기 위한 장치다.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하주석은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날 팀의 ‘제2 지명타자’로 나섰다. 대신 더 많은 야수들이 ‘기회’를 얻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에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투수들의 투구 수 관리도 청백전의 매우 중요한 장치다. 너무 적게 던져도, 너무 많이 던져도 안된다. 올시즌 선발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남지민은 8회초 백팀 상대 27개, 8회말 청팀 상대 19개를 던지면서 이닝 소화 능력을 테스트받았다.

10개 구단 대부분 1이닝 기준 25개가 상한선이다. 투수에 따라 15개만 던지게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팀들이 제한 투구 수를 넘기면 2아웃 상황이어도 이닝을 끝내 버린다. 키움은 투구 수가 25개에 도달하면 해당 타석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그 순간 이닝이 교체된다.

거꾸로 이닝이 길어지기도 한다. KT는 투구 수 15개 이내에 3아웃이 모두 끝나면 이닝을 종료시키는 대신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 한 이닝이 4아웃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부상 방지를 위한 특별 규칙도 있다. LG는 청백전 중 슬라이딩 자제령을 내렸다. KIA는 캠프에서 연습경기를 20차례 치렀는데, 대부분 ‘주루 플레이 안 하기’ 규칙이 적용됐다. 안타를 치든, 2루타를 치든 베이스에 도착하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다. 주루 부상 방지와 체력 안배를 동시에 노린 맷 윌리엄스 감독의 규칙이다.

특정 방향과 주제를 정하고 청백전을 치르기도 한다. ‘스피드’에 방점을 찍고 있는 SK는 경기 중 발 빠른 주자가 아웃되고 느린 타자가 살았을 경우 아웃된 주자를 1루에 남겨서 주루 플레이를 평가하는 장치를 자주 쓴다.

신임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무작전, 무사인 청백전’을 치르는 중이다. 기습번트, 도루 등 선수들 각자가 가능한 한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벤치에서는 아무런 작전도, 사인도 내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의 ‘창의적 야구’가 중요하다는 게 허 감독의 방침이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청백전도 두산답게 한다. 두산 관계자는 “특별한 규칙은 없다. 청백전도 정식 경기와 똑같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팀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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