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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7개월 된 딸 방치해 살해' 어린 부부, 항소심에서 감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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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징역 10년, 아내 징역 7년 선고…검찰 "상고 여부 검토할 것"

연합뉴스

7개월 여아 방치해 숨지게 한 부모 검찰 송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생후 7개월 된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부부가 2심에서 일부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26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의 항소심에서 남편 A(22)씨에게 징역 10년을, 아내 B(1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이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2심에 이르러 성인이 됐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징역 7년을 넘을 수 없다"고 B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선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가 2심으로 넘어오면서 성인이 됐고, 성인에게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년법상의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피고인만 1심 판결에 불복한 경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남편 A씨는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형량이 낮아졌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범행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심은 범행이 양형 기준상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미필적 고의는 잔혹한 수법으로 보기 어려워 1심 형량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살인죄의 '잔혹한 수법'은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고통을 가해 살해하는 것으로 방화나 폭발물을 이용한 살해나 살해 전 신체 일부분을 손상한 경우 등"이라며 "이 사건처럼 피해자가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과 달리 아동유기죄의 가중요소로 '유기·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경우는 발견이 곤란한 장소나 매우 열악하거나 위험한 장소에 유기한 경우인데, 피해자가 생후 7개월의 유아라도 이 사건처럼 유모차에 태워 주거지 앞에 내버려 둔 경우가 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부부를 향해 "아내와 관계가 악화하자 서로 딸을 돌볼 책임을 떠넘기면서 매우 불결한 방에 방치하는 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냉장고를 팔기 위해 주거지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토마토를 썰어 먹으면서도 딸은 살펴보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어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야 마땅했던 딸은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도록 굶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그 과정에서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이들 부부는 작년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C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C양에 대한 육아를 서로 떠밀며 각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등 외면하다가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C양의 장례식에도 "전날 과음을 했다"는 이유로 늦잠을 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B씨가 항소심에서 성년이 됐다는 점을 이유로 재판부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뒤 1심에서 내렸던 단기형 이하의 형량을 선고한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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