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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은 도리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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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38 / 스스로 고치는 능력을 스스로 고갈시키지 말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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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은 도리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의 문명 비판! 산골에 십여 년 살다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똑똑한 도시 사람들이 때로 바보 같다. 바보 같이 일만 한다. 바보 같이 돈만 번다. 그러다가 골병든다. 나 또한 도시에 살 때 그랬다. 일만 하고 돈만 버느라 골병이 들었다. 바보 같이.

골병은 증상이 오만 가지다. 머리가 아프거나, 뒷목이 당기거나, 속이 쓰리거나, 가슴이 조이거나, 배가 더부룩하거나, 허리가 끊어지거나, 몸이 쑤시거나, 뼈마디가 저리거나, 잠을 잘 수가 없거나, 툭 하면 감기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기력이 없거나, 맥이 풀리거나, 살맛이 안 나거나…….

아무튼 이런 몇 가지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간다. 그런데 병원에서 고치는 병 가운데 골병은 없다. 최고로 큰 병원에 가서 최고로 권위 있는 의사를 만나 특진을 받고, 최첨단 의료기술과 장비로 별의별 검사를 다 해도 골병은 안 나온다. 그래서 결과는 이상무! 이로써 나는 환자가 아니다. 아파도 병이 난 게 아니다. 나는 골골대면서 다시 일만 한다. 돈만 번다.

그러다가 더 곯아 더 아프면 병원에서도 병증을 확인한다. 혈압이 높다든가, 당뇨가 있다든가, 염증이 보인다든가, 호르몬이 불균형이라든가, 무슨무슨 수치가 정상이 아니라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신경증이라든가, 우울증이라든가…….

이제 나는 어떤 학술적인 병명이 붙은 환자가 되어 병원을 들락이고 밥 먹듯 약을 먹는다. 덕분에 아프던 증상을 잡으면 다른 곳이 아프다. 다른 곳을 잡으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 마치 오락실의 ‘두더지 잡기’ 게임 같다. 이 병을 잡으면 저 병이 나오고, 저 병을 잡으면 이 병이 나온다. 병원에서도 두더지 잡기를 한다. 이 병엔 이 약, 저 병엔 저 약, 이병저병엔 이약저약!

이런 경우 의사는 병을 잡는 게 아니다. 그는 증상만 잡는다. 전문의라면 더욱 전문적인 증상만 잡는다. 하지만 골병은 증상이 부지기수다. 오만 가지 두더지들이 종잡을 수 없이 튀어나온다. 숱한 전문의들이 제각각 자기 쪽의 두더지만 잡으려 했다간 두더지가 아니라 사람 잡기 십상이다. 아픈 사람 입장에선 병원에서 더욱 골병이 드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그게 참 이상하다. 병원도 최고이고, 의사도 최고이고, 약도 최고인데 그 흔한 골병을 못 잡고 키운다. 돈과 일에 찌든 삶에는 눈감고 엉뚱하게 몸뚱이만 본다. 아픈 사람 얼굴은 안 살피고 차트만 훑는다. 뿌리가 곯는데 잔가지만 친다. 바보 같이.

그래서 황대권은 “똑똑한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은 도리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고 한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 “똑똑한 인간들이 병원을 만들고 그 병원은 도리어 인간을 환자로 만든다.”

문명이 아무리 찬란해도 내 몸은 원래 자연산이다. 사람 몸의 99.8%는 구석기시대 이전에 만들어졌다. 문명인의 시대는 고작 0.2%다. 그러니까 건강해지려면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내 생명에 심어놓은 놀라운 치유력이 내 몸 안에 있다. 이 좋은 걸 외면하고 병원과 약에만 매달리면 절대로 건강할 수 없다. 스스로 고치는 능력을 스스로 고갈시키지 말라.

일만 하다가 골병들면 아무 소용없다. 돈만 벌다가 건강을 잃으면 말짱 꽝이다. 그건 정말 바보 같이 일만 하고, 바보 같이 돈만 번 것이다. 아니 바보 같은 일만 하고, 바보 같은 돈만 번 것이다. 그는 결국 똑똑한 바보다. 화려한 문명 속을 헤매는 미아다. 그러나 도시의 미로 속에 골병을 고치는 길은 없다. 그 길은 숲과 들판에 있다. 강과 바다에 있다. 바람과 구름에 있다. 꽃과 나무에 있다.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품에서 나만의 생태 감수성을 깨우고 생태 영성을 되살릴 때 나는 마침내 스스로 건강할 수 있다.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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