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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보증시 회사채 매입 가능할수도"... 정부에 공 넘긴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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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무제한 양적완화…석 달 간 금융사 RP매입
한은법 68조 들어 "정부 보증 유가증권은 매입가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26일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침에 대해 "정부가 회사채를 보증한다면 한은 금통위가 매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용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이날 오전 '전액할당방식의 유동성 공급제도 도입 등 금융안정방안 실시' 기자설명회에서 "무제한 RP매입 조치 등으로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상황이 더 악화한다면 그때 맞춰 추가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비즈

윤면식(왼쪽 두번째) 한은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관련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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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총재는 "한은법 68조에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유가증권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은이 회사채를 매입하는데 따르는 신용위험을 정부가 보증해준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회사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회사채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한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은은 내달부터 석 달 간 매주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RP를 매입(91일 만기)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RP는 금융기관 등이 일정기간 후 특정 가격으로 다시 매수·매도할 것을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은은 시장에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안으로 RP 매입을 활용하고 있다.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면 RP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고,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해야 할 때는 RP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윤 부총재는 국고채 단순매입 확대 대신 RP매입방안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현재 불안한 곳은 국고채 시장이 아니라 여타 채권시장"이라며 "국고채 매입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현상황에서는 시장 수요에 맞춘 전액 공급방식의 RP매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또 한은이 RP매입 입찰 금리를 0.85%로 상한을 둔 것은 사실상 시장금리를 일정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윤 부총재는 "한은이 91일물 금리를 ‘기준금리+10bp’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시중금리가 상한선에서 더 내려온다면 입찰금리도 그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윤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오늘 발표된 전액공급방식 유동성 지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이 과거 외환·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엄중한 것인지, 전례없는 대책을 발표하게 된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을 부탁한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더 엄중하냐 하는 것을 당장 말할 수는 없다. 외환위기 때는 충격이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됐고, 당시 우리나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충격보다 지금이 큰지 아닌지는 지나가봐야 알 것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것이어서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커질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최상의 경계감을 가지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안정을 지켜나갈 것이다."

-시장 유동성 수요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양적완화인 것인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하는 양적완화는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춘 다음에 더 이상 정책수단이 여력이 없기 때문에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때의 공급방식은 주로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여타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했다. 선진국과 우리의 전액공급방식의 성격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수요 전액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사실상의 양적완화라고 물어봤을때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건 아니다."

-국고채 직매입 대신 무제한 RP 매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국고채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가장 신용위험이 없고 유동성이 높은 채권이다. 국고채를 1조5000억원어치 매입한 적이 한 번 있다.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매입할 수 있겠지만 현재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있는 곳은 국고채 시장이 아니라 여타 채권시장이다. 회사채나 전단채 기업어음(CP)시장까지 매입대상을 확대할 것이냐는 별도의 논의겠지만 RP매입채권을 은행채를 넘어서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장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고채 매입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시장 수요에 맞춰 전액 공급방식의 RP매입제도를 도입했다."

-RP 매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인해 한은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없나.

"한은이 이번에 확대하기로 한 대상증권의 범위는 국제신용평가회사에 의해서 우리나라 국가신용과 동일한 등급을 갖는 채권, 국내 신평사로 부터 AAA를 받은 채권들이다. 공공기관채권은 정부 신용보증을 받은 채권이라 신용위험을 최소화했다. 별도의 위험이나 대가는 크지 않다."

-무제한 RP매입으로 예상되는 유동성 공급액 추정치가 있나.

"유동성 공급 규모는 추정을 해보기 어렵다.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한없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찰과정에서 참가기관들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신청된 금액은 전액 공급해주겠다는 방침이 결정된 것이다. 앞서 두 번에 걸쳐 RP대상을 확대했는데 확대된 규모는 70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금액이 다 들어올 수 있는건 아니다. RP매매 대상 채권으로 들어올 수 있고, 추가된 것 중 다른 데서 담보로 사용되고 있으면 한은의 매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얼마나 들어올지를 추정하는 건 제한이 있다."

-최근 발표된 시장 유동성 공급 대책이 모두 4월 시행이다. 자금시장에서는 1분기 결산에 맞춘 자금조달이 당장 급하다는데, 분기말 자금수요 규모 등 현재 단기자금시장 자금경색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분기말이 되면 자금수요,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서 시장 유동성이 경색되는게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에서 3월말 상황을 많이 걱정하고 있고 그점을 우려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4월 이후로 조치들이 시행되기 때문에 3월말까지는 정부, 감독당국이 정책기관 거래 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걸로 알고 있다. 한은도 이외의 지급준비 관리 과정에서 시중유동성을 풍부하게 유지해서 3월말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완화해가려고 한다."

-2011년 개정된 한은법 80조에 영리법인 대출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정부보증 있다면 회사채 매입 나설건지?

"한은법상 마련된 조치들을 발동시킬 상황인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늘 발표했던 RP 전액 매입으로 시장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안정펀드, 증시안정펀드 등 정부에서 펀드를 만들고 그 펀드에서 회사채, CP를 사 상황을 완화해주려는 것 아니겠나. 기금 조성에 참가하는 기관들은 유동성을 마련해야 한다. 한은이 지원하는 유동성 제도가 없다면 자기들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경우 시장에서 가격변동 심해지거나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에도 시장이 더 악화된다면 그때 상황에 맞춰서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한은법 68조에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유가증권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가 보증을 한다면 한은 금통위가 매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용이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정부가 회사채에 지급보증을 하는 것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지는 별개의 사항으로 본다."

-입찰금리를 기준금리+10bp로 두었는데, 시장 금리를 기준금리 +10bp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걸로 이해해도 되는 것인가.

"입찰금리를 기준금리+10bp 상한으로 뒀는데, 시중금리가 그보다 내려온다면 그 수준에서 (입찰금리를)결정할 것이다. 입찰 대상이 91일물 RP이다. 한은이 91일물 금리를 기준금리+10bp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3개월물 금리를 기준금리+10bp로 낮추는게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가 있다.

-유례없는 조치를 내놓았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지난 주 기준금리 인하에도 물가 하락 압력이 커서 실질금리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 전반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되는 상황인가.

"오늘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지난번에 한 차례 인하를 했고 4월 9일로 예정된 정례 금통위에서 논의할 상황이라 이 자리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없다. 여러 조치를 취하는 연장선상에서 생각을 해주시면 된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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