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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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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년 연기, 김연경 일단 시간은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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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예선에서 부상 입어

당분간 몸 추스를 시간 생긴 셈

"꿈의 무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잘 버티고 준비해서 도쿄로 간다"

조선일보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전에 나선 김연경./김연경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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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꼽히는 ‘배구 여제’ 김연경(레프트·터키 엑자시바시)에게 2020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올해 32세로 스스로 “선수로선 불혹”이라 말하는 그는 자신의 3번째 올림픽 진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심각한 복근 부상에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해 지난 1월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아시아 대륙예선 우승을 이끌었다. 소속 구단의 리그 경기를 한동안 뛰지 못해 상당한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 김연경에게 도쿄올림픽 1년 연기는 엄청난 사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리그가 중단돼 터키에 머물고 있는 그는 25일 소속사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연기 소식을 들으니 당혹스럽기는 하다”며 “그러나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정상적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7세였던 201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무려 15년간 국가대표 주포로 활약해왔다. 여자 배구 대표팀의 3연속 올림픽 진출을 앞장서서 이끌었으나 2012년 런던에선 4위, 2016년 리우에선 8강에 머물러 메달을 걸어보지 못했다. 김연경은 “2020 올림픽만 바라보고 지금껏 달려왔다”며 “꿈의 무대가 눈앞에 있었다가 연기돼 우리 선수들도 다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니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잘 버티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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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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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4년 만의 메달 획득을 노렸던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해 기존 계획을 크게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초 계획은 4월 말에서 5월 초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표팀을 선발해 5월 초부터 소집 훈련을 시작하고, 올림픽 준비 과정으로서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회(5월 19일~6월 18일)를 치르는 것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경우 6월 16~18일 브라질, 네덜란드, 터키와의 홈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는 도쿄올림픽 이후로 이미 연기됐다.

이탈리아 프로 리그를 마치고 5월 중순 합류할 예정이던 스테파노 라바리니(41) 대표팀 감독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이탈리아 자택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월 선임된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사령팀을 맡도록 계약돼 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기간에 대한 조건은 없기 때문에 라바리니 감독이 내년으로 연기된 올림픽 본선을 맡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대륙예선전 대표팀 14명 중에는 1980년대생 30대 선수가 김연경과 맏언니 김해란(리베로·36·흥국생명), 한송이(센터·36·KGC인삼공사) 등을 포함해 6명이다. 이들은 “국가대표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대표팀 주축인 이들이 내년까지 몸 상태와 기량을 최고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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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에 나섰던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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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본선 출전국 12개국은 모두 확정돼 있다. 지난달 국제배구연맹은 1월 31일자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A·B조 편성과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 편성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국(9위)과 일본(7위), 세르비아(3위), 브라질(4위), 도미니카공화국(10위), 케냐(19위)를 A조에 편성했다. B조에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터키가 배정됐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배구”를 추구하는 라바리니의 대표팀이 팀워크를 다지고 조직력을 강화할 시간을 더 벌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아시아대륙예선 당시 부상에 시달린 김연경과 이재영, 김희진이 몸을 추스를 시간도 좀더 번 셈이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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