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데스크칼럼] 다가올 ‘트럼프 2기 한파’에 대비할 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이용성 국제부장




미국 대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무게가 많이 쏠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경제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첫째가는 이유다. 막말 시비와 스캔들에 바람잘 날 없는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경제적인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트럼프가 감세와 규제 완화 카드를 앞세워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하면서 미국 경제는 역사상 최장기 호황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은 5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현재의 호황에 이전 오바마 행정부가 더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풀린 엄청난 자금을 생각하면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런 배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민주당의 ‘헛발질’도 트럼프 재선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경선 초반 최고의 흥행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스마트폰 앱 오작동으로 인한 개표 지연이라는 전례 없는 참사로 망쳐놓았다. 때마침 탄핵 족쇄를 풀고 민주당을 물어뜯을 거리를 찾고 있던 트럼프에게 스스로를 먹잇감으로 던져준 셈이다.

민주당 주요 경선 후보들의 면면을 봐도 트럼프를 이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한 때 트럼프를 이길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을 ‘슬리피 조’(sleepy Joe·졸린 조)라고 조롱하는 네 살 어린 트럼프에 "팔굽혀펴기 대결을 하자"는 둥 트럼프 스타일로 대응하다 스텝이 꼬여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엮이면서 트럼프의 장단에 놀아나다가 초반 선두권 경쟁에서 멀어졌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처럼 급진적인 사회주의 성향의 후보들은 경제 호황기에 트럼프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공산주의자’로 몰려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트럼프가 틈만 나면 ‘사회주의 하다가 망했다’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세계적인 산유국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언급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6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우선 당내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를 넘어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본선’에 진출한다 해도 ‘억만장자’ 이미지는 민주당 대선후보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돌풍의 주역 피트 부티지지는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해 후반으로 갈수록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 미국산 무기와 셰일가스 구입 늘리도록 압박할 수도

역사적으로 봐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드물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시기를 좁히면 지미 카터와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두 명뿐이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원하는 곳에 자본을 풀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선의 가장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국 확산 여부다.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나라마다 반(反) 이민 정서가 충만해지면서 세계화의 시계를 되돌리는 건 트럼프가 원하던 그림과 일정 부분 겹쳐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될 경우 주가 폭락에 제조업 부진,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트럼프 지지율을 굳건히 떠받쳐온 경기 호황에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세상에 알려진지 두 달도 안 된 신종 바이러스라는 ‘미지의 변수’를 빼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크다. 문제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4년 보다 우리에게 훨씬 힘든 도전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이다.

‘3선 개헌’을 하지 않는 한 마지막 임기인만큼 이전에도 거칠 것이 없었던 트럼프의 언행은 더 거침없어질 것이다. 동시에 첫 4년 임기 동안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미국의 재정적자는 재선 이후 미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부자들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적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취임 당시 6000억달러 정도였던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3년만에 1조달러(약 1210조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사이클을 그리기 시작하면 트럼프는 이전보다 더 강도높게 중국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관세전쟁을 벌이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압박해 방위비 분담금을 더 거둬들이고,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무역협상을 강요할 지 모른다. 나아가 미국산 무기와 셰일가스 등 천연자원 구입을 늘리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얼어붙고 기업들이 신음하며 골목상권이 붕괴 위기에 몰린 절체절명의 위기에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바다 건너 먼 나라 일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몰고올 매서운 한파(寒波)를 견디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이용성 국제부장(danl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