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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60]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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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77년. 목사가 사형수에게 묻습니다.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습니까?” 잠시 침묵한 후 사형수가 입을 엽니다. “자, 시작합시다(Let’s do it)!” 11년 후 이 일화를 떠올린 한 광고인이 중얼거립니다. “용기가 하늘을 찌르는군. 어서 사형시켜 달라고 재촉하고 있잖아.” 그러곤 사형수의 말을 바꿔 적어봅니다. 나이키의 ‘일단 시작해(Just do it)!’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코미디 모험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The 100 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사진)'도 핵심 메시지가 'Just do it'입니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폭탄으로 숱하게 사고를 내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스웨덴인 알란. 그의 운명을 바꿔놓는 기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찾아옵니다. 참 흥미롭게도 모든 기회가 그를 전장(戰場)으로 이끕니다. 폭탄 전문가인 알란을 모셔가려는 국가는 내전 중인 스페인, 스탈린의 소련, 그리고 트루먼의 미국 등입니다. 알란은 머뭇거리지 않고 용기를 내 전장에 뛰어듭니다. 공을 세울 때마다 기적처럼 현대사의 흐름이 바뀝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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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나머지 반은 알란이 100번째 생일에 요양원에서 도망친 이후의 모험담입니다. 그가 여행 중 우연히 거액이 든 여행 가방을 손에 넣습니다. 추격하던 갱단이 그에게 전화해 협박하자 알란이 호쾌하게 대꾸합니다. '날 죽이려거든 서두르는 게 좋을 걸세. 내가 100살 먹은 노인이거든.' 그 후 벌어지는 우연인 듯 운명 같은 사건은 다 가려둡니다.

‘우연은 하느님이 모습을 숨기고 행하는 기적의 방식이다(Coincidence is God’s way of remaining anonymous).’ 아인슈타인 글입니다. 함의(含意)는 이겁니다. ‘우연은 계획을 세운 후 하느님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간에게 몰래 내려주시는 기회다.’ 알란의 일생에 영향을 준 좌우명은 죽기 직전 어머니가 어린 알란에게 남긴 당부인데요, 그 핵심이 앞 명구 메시지에 닿아 있습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게 돼 있단다. 네게 기회가 오거들랑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일단 시작해(Just do it).”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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