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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스크 못 구해 집에서 시달려… 40대 남성들 “감염공포보다 마스크가 더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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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신종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

30~50대 3024명의 답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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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 한 달.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분투하고 있지만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가 모두 이 바이러스에 뚫렸다. 사태가 엄중해지자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역병과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일상은 단조로워지고 불편해졌다. '마스크 퍼스트(mask first)'라는 말도 등장했다. 생필품인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튼, 주말'은 코로나 감염병이 보통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꿨는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묻고 30~50대 남녀 3024명이 답했다.

40대 남성은 마스크 때문에 괴롭다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달라졌는지부터 물었다. '매우 그렇다'가 35%, '그런 편이다'가 44%였다. 합치면 2399명(79%). 10명 중 8명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생활이 변했다"고 답한 셈이다. 이런 응답은 50대 여성(84%)에서 제일 높게 나타났다.

가장 달라진 것은 뭘까. '모임 등 친목 활동'이 36%로 으뜸이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와의 만남 자체를 취소하거나 미룬다. 친목 활동을 피한다는 응답은 50대 여성(42%)에서 가장 높았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송금만 한다는 사람도 많다. 설문조사에서는 '청결 유지'(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34%), '생필품 구입 방식'(12%), '근무 패턴'(10%), '교통수단 선택'(7%)도 달라진 것으로 꼽혔다.

갑남을녀가 겪는 고통 가운데는 역시 '감염 공포와 불안'(30%)이 가장 컸다. 응답자 중 25%는 '마스크 착용(부족)'을, 20%는 '야외·문화 활동 중단'을 지목했다. 그 비중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50대 여성(33%)에서 가장 심했다. 40대 남성은 감염 공포(28%)보다 마스크 착용 또는 부족(29%) 때문에 더 괴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문화 활동이 중단돼 불편하다는 응답은 30대 여성(24%)에서 다소 높았다.

이 사태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

응답자 중 2430명(80%)은 '주말이 황폐해졌다'고 했다. 남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요즘 집에서 더 많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문항은 복수응답이 가능했는데 'TV 시청'이 50%로 가장 높았다. '청소'(30%), '인터넷 쇼핑'(26%), '잠'(21%), '영화·음악 감상'(18%), '독서'(9%), '게임'(8%) 등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부장 박모(42)씨는 "그동안 내 일상을 지탱해준 것은 사회적 관계였는데 요즘엔 모든 약속과 모임이 취소됐다. 주말에 운동도 못하고 '방콕' 한다"며 "누워서 넷플릭스 보며 주말을 보내다 살이 찌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중단했고 마스크는 간신히 구했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 마지막 문항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 '가족·친구와의 만남'이 32%, '여행'이 31%, '문화 활동'이 24%, '쇼핑'이 12%를 차지했다. 가까운 사람을 만나고, 흥미로운 장소로 떠나고, 문화예술을 감상하고, 상품을 만져보고 사는 기초적인 욕망이 억눌려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이 없고 온라인 매장이나 배달 음식점은 성업 중이다.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팀장은 “개학이 1주일 늦춰졌지만 아이들과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게 불편하다. 쿠팡에서 생필품을 주문하려다 치약조차 품절이라 황당했다”며 “이 사태가 끝나면 2월 중순에 가려다 미룬 결혼 10주년 기념 가족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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