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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국도 코로나19 지역전파 우려... “트럼프 재선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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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국 뉴욕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 또다시 폭락한 2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며 주가 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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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폭풍전야’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는데도 진단키트ㆍ의료장비 부족 등 보건당국의 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패닉’에 증시마저 연일 폭락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은 전날 캘리포니아주(州) 솔라노카운티 주민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주민이 코로나19 발병국 방문이나 확진자 접촉 사실이 없는 점을 들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감염경로 불분명한 미국 내 첫 지역전파 사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선 이날까지 3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8,400여명에 대해선 보건당국이 감염 가능성을 관찰 중이다.

여기에 ‘감염경로 불명’인 이 환자가 검사를 요청한지 나흘만에야 CDC의 검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검사가 지연되는 사이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 때문이다. CDC는 검사 지연 이유로 “당초 검사 대상을 중국을 방문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유증상자 모두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지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보건당국의 진단 역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폭스뉴스는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은 CDC가 유일하며 검사가 가능한 장소도 미 전역에 12곳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까지 CDC가 검사를 실시한 수는 500명을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정부가 보유한 진단키트가 200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 보건복지부(HHS) 직원들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미국인들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를 지급받지 못했고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도 나왔다. CNN방송은 “귀국 후 격리된 사람들 중 확진자도 있었던 만큼 의료진이 무방비 상태로 접촉한 뒤 일상생활을 이어간 것은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전파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뉴욕증시도 지난 10거래일 연속 폭락하는 등 ‘코로나19 패닉’이 고조되면서 미 대선 정국까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매우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고, 이날도 백악관 행사에서 “그것(코로나19)은 사라지고 있으며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이날도 3대 지수 모두 4%대 폭락을 면치 못했다. 경제 성장과 증시 호황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가 미국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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