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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단독]코로나에 '세금 일자리' 어렵자 쉬는 노인도 취업자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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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센터' 휴관…관계자 "쉬는 노인 '실업자' 아냐"

소득 끊긴 노인들만 불똥…전문가 "차라리 제대로 된 복지정책 해라"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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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그동안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을 차지했던 소위 '재정 주도' 노인 일자리가 위기를 맞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노인 일자리센터가 휴관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이번엔 집에서 쉬는 노인을 취업자로 계산하기로 했다.

◇노인일자리 센터 휴관…정부 '세금주도 노인일자리' 비상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증의 지역확산을 방지하고 취약계층 감염예방을 위해 이용시설 중심으로 휴관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일자리 중개소 역할을 했던 노인일자리센터도 당분간 휴관 권고를 받게 됐다. 해당 센터에서 일을 소개받은 노인 근로자들도 '무급'으로 일을 쉬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략적 통계 부풀리기'라는 의심을 받아왔던 정부의 노인 일자리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2018년 고용참사 이후 201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고용통계 개선세의 대부분은 이 노인 일자리가 지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증가한 취업자 수 56만8000명 중 대부분인 89.4%를 60세 이상 취업자가 차지하는 등 노인인구가 고용지표 개선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재정투입 직접일자리를 작년 78만5000개보다 늘어난 94만5000개 만들기로 하는 등 직접일자리 만들기에 열을 올린 결과이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이 같은 고용 통계를 인용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간 중심 고용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왜곡된 일자리 통계가 정부 경제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정부가 유리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인일자리에 돈을 쏟아부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통계 나빠질라…정부 "일 안해도 취업자"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노인 일자리사업이 중지되면 정부가 해왔던 '일자리 통계 전략'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민간부문 고용 감소까지 합쳐져 고용 절벽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틀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엔 일하지 않는 노인까지 취업자로 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7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일자리센터 휴관에 따라 근로를 하지 않게 되는 노인들과 관련해 "(경제활동상태는) 실업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며 "자기 의도 없이, 사업장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고, (사태가) 끝나면 복귀하는 경우 실업으로 잡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의 고용동향조사 통계백서에 따른 것으로, 일시휴직자는 유급휴직인 경우, 혹은 무급이라도 휴직기간이 6개월 이내인 경우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애초에 노인일자리가 한달에 10번 이하로 참여하는 짧은 아르바이트 성격이라는 점에서, 이것을 잠시 쉰다고 '휴직'으로 보는 게 맞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이 일을 그만둔 노인들을 평범한 직장인과 같은 한명의 취업자로 계산하는 것이 심각한 고용통계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복지정책으로 돈 주고 있으면서 그걸 고용자처럼 통계로 잡으니 고용통계가 상당히 왜곡돼왔다"며 "이번에 그 분들을 휴직중인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도 고용통계가 노동 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빈곤층만 '불똥'…전문가 "차라리 제대로 된 복지정책 해라"

불똥은 노인들에게 튀었다. 노인일자리센터에서 일자를 얻었던 노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졸지에 '무급 휴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실상 노인 복지정책인 것을 '일자리 정책'으로 둔갑시켜왔기 때문에, 이번 같은 돌발적인 사태가 터지자 빈곤 노인들의 소득도 예기치 못하게 끊기게 된 것이다.

전문가는 이제라도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선별해 직접 지원해주는 '선별적 복지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복지정책의 형식으로 노인들을 지원해왔다면, 노인 빈곤층의 생계가 코로나19 사태에 영향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노인 일자리가 끊긴 현 상황은 오히려 빈곤노인 정책을 '일자리'가 아닌 저소득층 대상 복지정책으로 풀었어야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일자리사업 대상이라고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진짜 가난한 사람인지 가린 후 복지 지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uhcrat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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