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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병상 없어서… 대구 70대 확진자, 치료도 못 받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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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망자, 자가격리 중 첫 사망

하루 새 505명 추가 확진... 中 넘어서
한국일보

국내 확진자에게서 채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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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하루 동안 늘어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505명으로 중국의 일일 발생 확진환자 수(26일 기준 433명)를 처음 넘어섰다. 전날(284명)에 이어 잇따라 일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국내 확진환자 수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방역당국은 대구의 신천지 신자들을 추적해 선제적으로 환자를 발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진환자들이 쏟아지며 벌어진 대구지역의 의료공백이 비극을 일으켰다. 이날까지 대구에서 1,132명의 확진환자가 쏟아지면서 병상을 찾지 못해 자가격리 중이던 70대 확진환자 1명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새 확진환자 505명이 더해져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환자 수는 1,766명(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명 늘어 13명이 됐고, 이날 2명이 회복돼 병원 문을 나선 완치자는 26명에 달했다.

이날 확인된 확진환자 중 당국이 신천지 신자를 전수 점검 중인 대구 지역의 신규 확진환자(422명) 비율이 83.6%에 달했다. 당국은 대구 신천지 신자 9,334명 중 유증상자 1,299명에 대한 검체 채취를 마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통계에 반영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이날 신규 확진환자 수는 경북 28명, 경기 11명, 충남ㆍ경남 9명, 서울ㆍ울산 7명 등으로 대구지역과 달리 확산세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확진환자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서) 노출된 감염자가 잠복기를 지나 증상 발현이 되고 이들이 검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인되는 양상”이라며 “아직 대구 신천지 신자와 다른 지역 신도, 접촉자들의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통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증이나 아예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적지 않은 신종 코로나 특성상 대구 신천지의 무증상자 가운데서도 대량의 환자가 나올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구지역 확진환자 수가 앞으로 2,000~3,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역당국은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정 본부장은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검사 시행 건수(하루 1만여건)가 굉장히 많고, 조금이라도 역학적 연관성이 의심되면 전방위적으로 초기 증상자와 경증 환자부터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찾은 환자를 격리하면) 집단 발병으로 이어지지 않게 차단하는 역할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확진환자 급증의 부작용은 분명하다. 27일 대구에서 확진판정 후 사흘만에 사망한 75세 남성은 고령에 기저 질환이 있었음에도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다가 오전 영남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대구 지역의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이미지 타격도 걱정 거리다.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또는 부분 제한하는 국가는 이날 43곳으로 전날보다 13개국이나 늘었다. 조기 종식은커녕 사태가 더 확산되면서 시민 불안감과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진정시키는 것이 정부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이지만, 민생과 경제의 고삐를 하루 한 순간도 늦추지 않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위기 의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서울은평성모병원, 경기 과천시 신천지예수교회 등 대구ㆍ경북 이외 지역에서 소규모 집단발병이 산발하며 당국은 방역 체계를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는 지자체 단위에서 기초역학조사 및 방역조치를 우선 실시하고 조치사항을 (중대본으로)보고하는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국내 확진환자 6명에게서 얻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외국인 바이러스와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변이가 없으면 돌연변이로 인한 독성 변화나, 유전자 검사의 오류 우려가 적어진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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