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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코로나보다 독감이 더 위험…손이나 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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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반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또 다시 상향해 3단계 ‘여행 재고’가 되면서 마지막 단계인 ‘여행 금지’(4단계)까지 한 단계만 남겨놓은 상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별도 발표하는 여행보건경보는 이미 최고단계인 3단계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중남미에서도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6대주 전체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었다. 전 세계 46개국으로 확산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중국에서 지난해 말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약 두달 만이다.

돌발 발언과 과격한 언행으로 악명 높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코로나 시국’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초기와 달리 미국 내에서도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대선 영향설까지 솔솔 들려오자 위험성을 애써 부각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관련 회견을 예고하며 외교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추가 입국제한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하리란 예상과 달리 ‘코로나 불안감 불식’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코로나19를 독감에 빗대며 독감 환자 흉내를 내는 등 회견장에 웃음을 유도한 부분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에서 1년에 독감 사망자가 2만5000∼6만9000명에 달하니 코로나19는 사실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일각에서 되풀이되어 온 것인데,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반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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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회원들과 가진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한 기자가 “오늘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행동에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양손을 비비며 “아니다. 아마 들어봤겠지만 손을 씻고 청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 전에 오랫동안 못 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최악의 열과 독감을 앓고 있었는데 나를 안고 볼키스를 했다”며 “나는 실례한다고 말하고 손을 씻었다. (여러분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상황을 재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감 환자처럼 힘없는 목소리를 내자 회견장에는 큰 웃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와 확진자가 속출하고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 세계 주요국의 지도자가 상황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한 부분, 이에 좌중이 웃음을 터뜨린 반응까지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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