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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테니스 요정'의 쓸쓸한 은퇴… 그래도 상금제외 수입은 여자 선수 중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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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0년대 이후 세계 여자테니스에서는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를 비롯해 안젤리크 케르버(32·독일), 캐롤라인 워즈니아키(30·덴마크), 빅토리아 아자렌카(31·벨라루스) 등 수많은 스타가 배출됐다. 그러나 최고 스타를 거론하면 언제나 다른 이름이 나왔다. 바로 마리아 샤라포바(33·러시아)다. 2004년 17세의 나이로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을 제패하며 스타덤에 올라선 그는 이후 선수생활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단 21주만 지켰음에도 인기에서만큼은 더 성적이 좋은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어린 시절에는 ‘테니스 요정’, 나이가 찬 이후로는 ‘러시안 뷰티’라고 까지 불렸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와 188cm의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힘의 테니스 모두가 팬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동시대에 실력에서는 그보다 앞선 선수는 있었지만 스타성에서 샤라포바를 넘어서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런 샤라포바가 코트를 떠났다. 그는 26일(현지시간) 패션잡지인 보그와 베니티페어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테니스에 굿바이를 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28년 동안, 다섯 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과 함께 나는 이제 다른 지형에서 경쟁하기 위해 또 다른 산을 오를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 대회에서 다섯 차례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로서는 다소 쓸쓸한 퇴장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던 샤라포바는 2016년 1월 호주오픈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2017년이 돼서야 코트에 돌아왔다. 복귀 과정도 깔끔하지 못했다. 복귀 직후 랭킹이 낮아 세계여자테니스투어(WTA) 주요 대회들 본선 진출권이 없었음에도 주최 측이 흥행카드인 샤라포바에 특별본선진출권을 주는 일이 빈번해지자 다수의 선수가 반발하고 나선 것. ‘제2의 샤라포바’로 주목받았던 유지니 부샤드(캐나다)는 당시 샤라포바를 ‘사기꾼’이라 부르며 영구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귀했지만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2018년 프랑스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이후로는 성적이 더욱 떨어져 결국 현재는 세계랭킹 373위에 올라있다. 세계 1위를 기록했던 대스타답지 않은 추락이다. 결국, 올해 초에도 어깨부상 속에 1회전 탈락을 반복하다 은퇴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패션잡지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끝내 ‘명예’는 잃고 코트를 떠나지만 막대한 ‘부’만큼은 잡아내며 선수생활을 끝냈다. 샤라포바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3억2500만달러(약 3950억원)로 무려 332주나 세계랭킹 1위를 역임한 세레나 윌리엄스의 3억5000만달러에 이어 여자 선수로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2위에 해당한다. 이중 상금을 제외한 액수는 샤라포바가 2억8600만달러로 윌리엄스의 약 2억5700만달러를 앞선다. 여기에 은퇴 후에도 특유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수입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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