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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김영상의 오지랖] 봉쇄라…사고친 당정청, 文대통령이 수습 나서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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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대구ㆍ청도에 ‘최대한의 방역적 봉쇄’ 발표

브리핑서 “일정정도 행정력 활용하는 것 검토 중”

“중국 우한같은 고립 아니냐” 비판 여론 펄펄 끓어

민주당 부랴부랴 “지역봉쇄 개념 아니다” 선긋기

文대통령까지 “오해 표현 있다. 그런 것 아니다” 진화

여당내 “TK표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장탄식

야당 비판 가세하며 당정청 투박한 코로나대책 ‘뒷말’

헤럴드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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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封鎖)는 네이버 사전적 의미로 ‘굳게 막아 버리거나 잠그는 것’을 뜻한다. 법률적 용어로도 쓰이는데, 전시나 평시에 해군력으로써 상대국 연안과 항구 교통을 차단하는 일을 의미한다. 극단적 냄새가 짙은 용어다.

이런 봉쇄란 단어를 여권이 잘못 쓰는 바람에 정치권에 일대 태풍이 휘몰아쳤고, 민심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었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당정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단초는 당정청이 제공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당정청)는 전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가졌다. 확진자 숫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당정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위해 대구·경북 청도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최대한의 방역적 봉쇄’ 정책을 시행키로 했다. 문제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브리핑 과정에서 나왔다. 기자들은 ‘봉쇄’라는 단어에 주목했고, 그 의미에 대해 물었다. 홍 수석대변인은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이라며 “봉쇄 조치는 이동 등의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구나 청도 지역의 출입 자체 제한과 이동금지와 같은 것을 뜻하는 게 아니냐며 이는 중국 우한의 케이스처럼 ‘고립’과 다름이 아니라는 추측이 뒤따랐다. 이런 브리핑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민심은 요동쳤다.

네티즌이 폭발했다. “막으라는 중국은 안막고 대구경북을 봉쇄한다고?”,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대구시민의 소외감 어떻게 할것인가?”,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은 안그러면서 대구경북은 막겠다? 어느 나라 정부인가” 등의 정부를 비판하는 험악한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그렇잖아도 대구와 코로나를 연결짓는 것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졌던 대구경북지역들의 민심은 소용돌이 쳤다.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실수임을 깨달은 민주당은 부랴부랴 해명 메시지를 내놨다. “최대한의 방역적 봉쇄의 뜻은 지역방어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며, 지역출입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래도 일이 점점 꼬일 것 같은 조짐에 홍 수석대변인은 추가브리핑까지 했다. 그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싶다”며 “당정청에서 나온 봉쇄란 말이 지역을 봉쇄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의 버스’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 당정청발(發) 봉쇄 언급 논란과 해명을 지켜본 미래통합당은 이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전희경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출입 자체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이미 대구경북민의 가슴은 무너진 다음”이라며 “제대로 대책마련도 못하는 당정청이 이제는 일말의 조심성과 배려심도 없는 절망적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정부가 ‘대구 코로나’란 표현으로 대구 시민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대구 봉쇄’란 말까지 쓰는 것”이라며 “시민과 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용은 삼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황교안 대표는 아예 이 참에 중국인 입국 금지를 또 주장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는 외출 자체를 삼가고, 각종 집회·행사 등을 자제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는 막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당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인 민감한 정서를 건드린 당정청의 투박한 모습에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구·경북(TK)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허탈해했다.

당장 대구에 지역구를 둔 김부겸 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갑) 같은 이는 긴장의 표정으로 송곳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봉쇄 조치’라는 표현이 사용돼 불필요한 논란이 일었는데 급하게 해명하기는 했지만 왜 이런 배려없는 언행이 계속되는지, 비통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언 취지야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그것을 접하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비수가 꽂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아예 “(대구경북민들의)마음의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 어떠한 언행도 일절 삼가달라”고 호소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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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정책실장,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 이해찬 대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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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공방과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로선 다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최대한의 봉쇄’는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게 아니다”고 재차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로 내려갔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대구를 방문,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24시간 싸우는 방역인력과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미리 마련된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대구지역특별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며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구·경북과 함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다시 당정청에서 거론된 ‘최대한의 봉쇄’ 표현에 대해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설명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구·경북민들을 향해 하루종일 “오해하지 말아달라”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봉쇄 단어’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당정청이 분명 아마추어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라며 “특정지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당정청은 한마디로 사고를 친 것이며, 문 대통령이 직접 뒷수습을 해야 하는 좋지않은 모양새가 여권에서 연출됐다”고 했다.

당정청의 특정지역 봉쇄 언급과 회수, 그에 따른 정치권 공방과 한숨들, 심상치 않은 민심, 문 대통령의 거듭된 해명 등은 당연히 올해 총선 정국에서의 다양한 함수관계를 계산한 일련의 흐름들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국민적 재해 앞에선 서로 상처를 주기 보다 보듬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선거를 떠나 각계 리더들은 특히 그래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정청은 너무도 투박했고, 문 대통령은 이런 당정청 때문에 하루종일 수습에 매달려야 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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