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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한국에 ‘빗장’… 각국서 번지는 ‘코리아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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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 외교당국 협의 없이 불통사례 속출 / 요르단서도 한국인 53명 귀국길 올라 / 강 외교 “자의적 본국 송환 우려” 표명 / 베트남 등 한국행 항공편 줄줄이 축소 / 국가 이미지 추락·경제 큰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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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발 제주항공 승객들이 25일 중국 웨이하이 공항에 도착해 당국이 격리 조치를 위해 준비한 버스에 오르는 장면. 웨이하이 격리 국민 제공,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25일도 세계 각국에서 한국발 항공편 승객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이날은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까지 이에 가세했다.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돼 국민 불편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나 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홍콩까지… 우후죽순 ‘코리아포비아’

이날은 중국에서도 한국 입국자의 중국 유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나왔다. 산둥성 웨이하이시 웨이하이공항 당국이 이날 한국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을 격리하면서다. 격리 대상 승객 163명에는 한국인 19명, 중국인 144명이 포함돼 있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웨이하이시는 12일간 추가 확진환자가 없어 이틀 뒤면 청정지역을 선포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를 위해 이번 조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콩도 이날자로 2주 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19일 이후 한국 정부의 특별관리지역(대구·경북 청도)을 거쳐 입국하는 이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자가격리하는 한편 국민보건서비스(111)에 신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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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전 통지 없는 기습 입국 금지·제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한항공 항공기를 회항시킨 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조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날 한국 정부가 대만의 2단계 조치를 공지했지만 현지 언론발로 3단계 조치 시행이 먼저 알려졌다. 웨이하이시의 조치도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항상 사전통보를 하고 사전협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지만,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방역당국이나 보건당국의 결정으로 급작스럽게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다보니 외교당국 간 소통이 먼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행 비행편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귀국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격리된 한국인 36명은 일부가 먼저 귀국했지만 이날 밤에야 모두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은 지난 23일 한국에서 출국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고 입국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갑자기 발표해 한국 국민 53명이 요르단 내 공항에 격리됐다가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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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이 한국 여행경보 단계를 올리고 있는 것은 향후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등급을 최고 단계인 3단계 ‘경고’로 격상했는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방문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외교 당국 대응 문제 없나… 줄어드는 한국행 항공편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코로나19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 및 증오 사건, 차별적인 출입국 통제 조치, 자의적 본국 송환을 우려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사전 조치 없는 입국금지에 유감을 표명했다. 주한외교사절단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이날 열렸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직 외교관은 “지금 상황에서 설명회를 하거나 다른 나라들을 비판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빨리 확산세가 진정돼야 각국의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외국에서 갑작스러운 조치로 불편을 겪은 한국인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모리셔스 사태가 발생한 뒤 ‘엄중 항의’한다고 했지만, 발이 묶인 국민들의 귀국에 이틀 넘게 걸렸고 현지에서는 한국인들의 ‘숙소 대란’이 일어나거나 열악한 시설의 격리를 면치 못했다. 모리셔스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지역이지만 비상주 영사협력원 1명이 영사업무를 지원하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규모 공관의 영사 지원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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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구에서 항공편으로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한국인 탑승객들이 다낭 보건당국에 의해 다낭 폐병원에 격리돼 있다. 다낭 격리 국민 제공, 연합뉴스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는 이날 주 563편에 달하던 양국 간 항공편이 3월 28일까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민간항공청(DGCA)도 한국을 오가는 자국 항공편 운항 전면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싱가포르에선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전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코로나19 관련 여행자 검역 강화 대상에 한국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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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일정 취소되고 호텔에 격리당해 현지인들, 한국인 보면 ‘코로나’ 비아냥”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크게 늘자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꼼짝도 못 했어요. 숙소에서 나오면 현지인들이 우리를 향해 ‘코로나’라고 비아냥거리며 자꾸 공항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지역 교인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다가 25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사진작가 김모(39)씨의 얘기다. 그는 “현지에서 가게 같은 곳을 출입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 주말부터 사실상 통제를 받았다”며 “우리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10분 만에 짐을 싸 전세기편으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김씨를 포함한 한국인 이스라엘 관광객 417명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출국조치 당해 전세기 두 편에 나눠 타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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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적 전세기(LY065편)에 탄 한국인 관광객 196명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객들이 내릴 49번 게이트에는 이스라엘 항공사 홍콩지점 관계자들이 업무지원 차 대기해 있었다. 검역관들도 질문지를 나눠주려고 미리 나와 기다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한 채 탑승교를 걸어나왔다. 이들은 건강상태 질문지에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표시하고 연락처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역 절차를 밟은 뒤 입국심사를 거쳐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인천지역 교회 교인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온 최모(57)씨는 “대사관에서 직원들이 나와 도시락과 주먹밥을 나눠줘 불편한 건 없었다. 현지 교민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고마웠다”며 “예정보다 이틀 정도 빨리 귀국하는 바람에 꼭 들렀어야 할 예루살렘은 가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 대사관 측에서 리더 선교사에게 연락해 급히 전세기를 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인 여행객 221명은 1차 전세기 LY063편으로 이날 오전 9시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출국 조치가 비교적 정중하고 세심했으나 현지인들로부터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성 승객은 “일정이 많이 남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에서 일방적으로 귀국시켰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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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갔다가 3일 만에 귀국한 여행객 A(55)씨는 “나는 갈릴리에서 여행하다 돌아왔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은 베들레헴 지역에서는 호텔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여행객 B(68)씨는 “갑자기 일정이 취소돼 많이 놀랐다”며 “성지순례를 3일간 하고 다음 일정은 선상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는데, 그 일정이 취소되더니 바로 호텔에 격리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격리된 이후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 당국에서는 세심하게 식사와 음료도 전달해주는 등 잘해줘서 괜찮았다”며 “그런데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손가락질을하거나 벌레 취급하듯 해서 ‘우리가 세균을 옮기는 사람인가’ 싶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C(60)씨는 “음식점, 호텔도 예약을 다 했는데 입장이 안 됐다”고 했고, 신자 30여명과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기지역 한 성당 신부는 “대사관에서 숙소를 마련해줬는데 그 숙소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공항에서 노숙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베이징·워싱턴·도쿄=이우승·국기연·김청중 특파원, 홍주형·김민서기자, 인천=추영준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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