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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억할 오늘] 바스콘셀루스의 보편 인종(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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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나의 라임 오렌지'의 작가 바스콘셀루스가 1920년 오늘 태어났다. 동녘출판사 책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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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작가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Jose Mauro de Vasconcelos)가 1920년 2월 2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포르투갈계 백인이었고, 어머니는 원주민 혈통이었다. 가난한 집에 형제도 많아 그는 친척 집에 얹혀 살아야 했다. 자전적 성장소설(동화)인 ‘나의…’의 주인공 ‘제제’처럼 장난기 많고, 수영을 좋아하고, 나무 타기에 능하고, 주먹질도 곧잘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는 의대에 진학했다가 1년 만에 중퇴, 22세 무렵 글을 써서 먹고살 결심을 하게 된다. 그 전까지 바나나 농장에서 일했고, 어선을 탔고, 어촌 마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그림 모델을 했고, 페더급 복서의 스파링 파트너로 링에 오르기도 했다. 그게 모두 작가의 밑천이 됐다.

당시는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그의 요란 밥벌이 이력만큼이나 요동치던 때였다. 1917년 혁명 러시아를 진앙으로 한 사회주의 열풍이 오랜 유럽 식민지 세월 동안 굳어진 토지ㆍ노동ㆍ혈통ㆍ종교의 남미 계급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분수령이라 평가되는 멕시코 혁명(1910~20)이 그가 태어나던 1920년에 끝났다. 비록 미완의 혁명이긴 했지만, 멕시코 혁명의 기운, 즉 마데로의 사회주의 정치 이념과 봉기에 가담한 수많은 농민들의 열망, 군사 지도자 판초 비야 등이 펼쳐 보인 영웅적 투쟁 서사는 멕시코를 넘어 대륙 전체의 억눌린 이들의 피를 끓게 했다. 바스콘셀루스도 그들, 사파타 운동의 ‘아들’ 중 한 명이었다.

작가로서 그의 인생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1942년의 데뷔작 ‘성난 바나나(Banana Brava)’를 시작으로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자신의 체험과 라틴아메리카 가난한 이들의 분노와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대중적 사랑을 한껏 누렸다. 단숨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68년 소설 ‘나의…’에 깃든, 따사로운 가난의 기운도 그런 개인적인 여건과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는, 1925년의 짧은 에세이 ‘보편 인종(La raza comica)’을 통해 메스티조(유럽 백인과 원주민 혼혈)야말로 이상적 인종이란 유사인종주의적 주장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혈통 통합, 민족ㆍ국민 통합에 기여했다. ‘나의…’의 제제에게 사랑을 깨닫게 한 것도 포르투갈 아저씨였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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