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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여당의 입이 말한 “봉쇄”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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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단어 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 논란 커지자 지역 막는 봉쇄아니라고 해명 급급 / 임미리 고발 건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 당시에도 수석대변인 사과 않다가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사과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국가적인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봉쇄’ 발언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진화했다. ‘여당의 입’의 잦은 구설에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별다른 반응 없이 대변인단을 계속 데려가고 있다.

25일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청도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막기로 했다”고 밝혔다. 듣고 있던 기자들도 화들짝 놀라서 ‘봉쇄’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러자 홍 수석대변인은 “최대한 이동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 활용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를 통해 자세한 내용이 의결되면 정부 측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 내용만 보면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이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문자를 통해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한다는 의미는 방역망을 촘촘히 하여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하며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점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마친 뒤 대책상황실을 방문, 범정부지원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사그라지지 않자 홍 수석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봉쇄개념이 일반적인 부분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봉쇄 의미 아니다”라며 “대구봉쇄를 중국 우한 봉쇄 연상하듯 나가는 건 사실 아니다. 방역 전문용어로 봉쇄와 완화를 쓰는데 코로나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 쓰는 거고 마치 대구·경북을 고립한다는 것처럼 나가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봉쇄는 발원지에 대해서 조기에 차단하고 감염자와 감염 우려 대상자들에 대한 이동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라며 “일부 신천지교도 중심으로 자가관리가 느슨해졌는데 대구·경북 지역에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엄격히 한다는 의미의 봉쇄”라고 부연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확진자의 기폭제가 된 대구로 내려가 당·정·청의 ‘봉쇄조치’ 논란에 적극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광역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오늘 아침 고위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한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게 아니고 전파의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오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게 당·정·청 자료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정부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의료원에서 파견의료진(오른쪽 사복입은 두명) 등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중한 시국에 여당의 입이 문제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민주당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칼럼과 경향신문을 상대로 고발했다가 문제가 커지자 취하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공보라인의 최고책임자는 수석대변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석대변인 대신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신분으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사과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당의 가장 큰 문제는 공보라인”이라며 “당에서는 억지로 사퇴를 시키는 것보다 선대위 체제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 중에 선대위 대변인을 맡기는 형태로 변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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