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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팩트체크] 따뜻한 물 마시면 코로나 예방? 떠도는 가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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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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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코로나19는 섭씨 26~27에서 사멸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찬물을 마시지 않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권고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 있는 연구소로 파견을 가는 연구원이 전하는 글이라는 단서도 달렸다. 물론 글의 출처 및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의사협회 권고 사항’ 이라며 비슷한 내용의 글이 떠돌기도 했다. 의협은 즉각 “권고사항을 발표한 적 없으며 대부분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입장을 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과 논문 등을 바탕으로 최근 새롭게 나오는 소문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팩트체크했다.

➀코로나19 감염은 따뜻한 물을 마시면 예방 가능하다? (X)

이는 면역력을 높이는 일반적인 건강 상식일 뿐, 코로나19 감염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몸의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체온이 높아지면 면역력이 강해지며→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똑같이 바이러스에 걸려도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이다. 따뜻한 물을 마시는건 이 정도의 의미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몸에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얼마동안 따뜻한 물이나 찬물을 마신다고 체온이 변하는건 아니다.

➁옷을 햇볕에 말리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 (X)

햇볕을 자주 쐬거나 외출한 옷을 햇볕에 말리는 것도 일반적인 건강 상식 정도에 그친다. 햇볕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독일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상온에서 무생물 표면(유리나 플라스틱, 금속 등)에 묻었을 때 평균 4~5일, 최대 9일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 숙주가 없는 상태에서 24~48시간 정도 생존하고 사멸하는 통상의 바이러스 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이를 감안해 외출 후에는 햇볕에 말리는 것 보다 세제를 사용해 세탁하는게 살균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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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 있는 병원 내 의료진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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➂헤어 드라이어로 열풍을 쐬어주면 살균 가능하다? (X)

24일 오전, SNS에 “춘해보건대 김희진 총장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자신을 가정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히며 “온도가 섭씨 70~80도까지 올라가는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 측에 확인한 결과, 이는 김 총장을 사칭한 누군가가 작성한 '가짜 뉴스'였다. 김 총장은 가정의학과가 아닌 소아과 전문의로 해당 글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상황에 취약하다는 과거의 연구 결과에서 파생된 주장으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온도ㆍ습도의 영향을 받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관련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고온의) 핸드 드라이어에 손을 말리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균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싱가포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다는 점에서 아직 온도의 영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➃확진자와 지하철ㆍ버스ㆍ기차 등에 함께 탑승했다. 감염 위험이 있을까?(△)

최근 중국이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자 ‘확진자와 스치기만 해도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생존 가능하다’=‘에어로졸로 감염된다’ 는 등식이 성립하는건 아니다. 중국 보건당국도 그 조건으로 (실험실과 같은)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다량의 에어로졸에 노출됐을 경우로 제한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코로나19)은 결핵균처럼 공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비말이 공기를 떠돌 수 있지만 이것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폐쇄된 공간인 경우에 한한다. 개방된 곳에서는 증발하거나 희석되어 먼 거리로 이동해서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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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21일 확진자 한명의 이동경로에 포함된 서울 동대문 인근 지하철역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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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의 경우 ‘다량의 에어로졸’에 노출되는 환경으로 보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병원에서 진해거담제 호흡기치료(네뷸라이저)를 하거나 내시경을 하는 등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수단이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확진되는 사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대중교통에서 감염이 일어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대중교통에서 에어로졸보다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접촉’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는 비말(침방울)을 통한 호흡기 전파지만, 이 외에도 감염자가 만진 사물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쿠라이 시게루 이와테(岩手) 교수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경우 배 안에 많이 설치된 난간을 매개체로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내에서는 난간을 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오염된 난간에 접촉한 것이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바이러스가 손잡이나 의자 등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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