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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성지순례 무더기 확진에 뒤집힌 의성···"주민 전체 자가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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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식당 올스톱, 주민들 “코로나 겁난다”

천주교 안동교구 미사 중단…성당 격리 신도도

확진자 귀국 후 미사·외부 활동, 지역확산 우려

의성군 외출 자제 공지, 경로당·복지관도 휴관

중앙일보

24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안계성당. 이 성당 신도 25명이 지난 8~16일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성지순례단 39명 중 3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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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계면 안계성당. 이 성당 신도를 비롯한 의성군 성지순례단 28명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을 다녀왔다가 1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안계성당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성당 근처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도 뛰노는 아이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천주교 안동교구는 지난 20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성당에 격리된 교구 관계자 한 명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말을 걸자 그는 “격리 중이라 외부인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안계성당 신도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승용차를 타고 성당 주차장에 주차했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여성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람 중에 확진자가 나와 걱정이 돼서 왔다. 나는 이스라엘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주교 안동교구는 갑작스러운 성지순례단 무더기 확진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성지순례단이 이스라엘 현지에서 어떤 곳을 방문했는지도 여전히 파악 중이다. 성지순례 참여자 중 이스라엘로 가기 전 대구나 경북 청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김종실 천주교 안동교구 홍보담당 신부는 “성지순례단 참여자들도 이스라엘 현지에서 최대한 코로나19 예방을 하면서 다녔다. 될 수 있으면 마스크도 쓰고 다녔다”며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증세라 할 만한 증상을 보인 분들은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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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도로에서 방역차량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최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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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에 따르면 안계성당 신도는 200명 정도 된다. 성지순례단이 귀국한 16일 이후에도 미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안계면 확진자 1명이 19일 오전 10시 안계성당에서 미사 후 성당 방에서 노인 7명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대형 마트와 상점·제과점·한의원에 들른 확진자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의성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거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찾은 의성군 안계면 일대는 적막감이 돌았다. 거리에서 행인을 찾기 힘들었다. 방역차가 큰 도로를 다니며 곳곳을 소독하고 있었다. 주민 박모(59)씨는 “코로나19가 코앞까지 닥쳐와서 겁이 난다”며 “면사무소에서 모임이나 외출을 자제하라고 공지를 해서 대부분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사람이 붐볐던 안계면사무소 상가 거리는 문을 닫은 점포가 수두룩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형마트 2곳이 폐쇄되고, 분식집, 카페, 식당도 대부분 자체 임시 휴업을 했다. 한 마트 문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걸렸다. 마트에서 장을 본 주민 한모(56)씨는 “주민들 대부분이 스스로 자가 격리하는 것과 다름없이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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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한 대형마트에 방문자가 없어 주차장이 텅 빈 모습이다. 최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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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은 사회복지시설 590곳의 문을 닫고 경로당 534곳의 이용을 중지시켰다. 주요 시설물과 대중교통을 일제히 소독하고 종교행사를 잠정적으로 연기·축소하도록 권고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성지순례자와 가족 중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자가격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임시 생활거주시설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성=최종권·김정석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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