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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 내면 유튜브서 코인 소개? ‘유가 기사’ 문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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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펑키’ 황규훈 설립 비트고수 마케팅 문서 입수

국내외 매체에 ’유가 기사’ 알선…수천달러에 1건

스펑키 유튜브나 자신 출연 케이블매체는 2만달러씩

“언론사 제안 정리한 것뿐…방송 땐 돈 받은 사실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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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면 기사를 내준다? 그런 언론 매체가 정말 있을까? 많은 이들이 막연히 짐작하는 일이다. 어쩌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나만 바보인 건지도 모른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최근 이 같은 ‘유가(有價, paid) 기사’와 관련한 문서를 입수했다. 문서 첫 페이지에는 국내 유명 암호화폐 유튜버인 '스펑키' 황규훈씨가 만든 마케팅 업체 비트고수(BITGOSU)의 로고가 있다. 제목은 ‘비트고수 액셀러레이션 서비스’(BITGOSU Acceleration Services)로, 내용은 모두 영어로 쓰여있다. 문서는 국내외 언론 매체와 커뮤니티 등에 기사나 광고 등의 게재를 알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가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문서를 보면, 3500달러를 내면 국내 블록체인 매체 A사에 1차례 기사를 낼 수 있다. B사는 8천달러, C사는 6천달러, D사는 4500달러를 내면 기사를 실을 수 있다고 돼있다. 인터넷 기반 소규모 블록체인 전문 매체들은 230~1600달러로 나온다. 다양한 매체들의 유가 기사 가격을 매겨놓은 가격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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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펑키’ 황씨의 방송이다. 문서에 따르면, 비트고수에 2만달러를 내면 스펑키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거나 인터뷰를 해준다. 1차례만 가능하지만, 가격은 협상 가능하다고 문서는 설명한다.

황씨가 출연하는 경제 전문 케이블방송에서 인터뷰하도록 알선하는 ‘상품’도 있다. 역시 2만달러로 책정돼있다. 예시로 제시된 링크를 클릭하면 실제 황씨가 출연하는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 및 다시보기로 연결된다.

문서 내용만 보면, ‘스펑키’ 유튜브 방송에서 소개된 프로젝트들이 자체 역량이나 우수성 등과는 무관하게 실질적으로는 돈을 받고 진행한 광고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2월5일 보도에서, 황씨가 그동안 소개하고 추천했던 암호화폐 프로젝트 가운데 3분의 2가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최근 황씨가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한 사건의 배경이 그가 추천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문서는 실제 비트고수가 작성했으며 영업에도 쓰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트고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ㄱ씨는 "비트고수에서 만든 문서가 맞다”며 “이런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ㄱ씨는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비트고수는 실제로 이 문서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했으며, 일부 프로젝트와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돈을 내고 비트고수를 통해 마케팅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난해부터 업계가 불황을 거치면 돈을 주고 기사를 내는 마케팅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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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마케팅 업체 관계자 ㄴ씨에 따르면, 돈을 주고 기사를 낼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체가 비트고수를 포함해 3곳 있었으며, 이들로부터 수십곳의 하청 업체가 다시 외주를 받아 실제 마케팅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비트고수의 독보적인 강점은 구독자가 5만9000여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스펑키의 비트코인 방송'이었다는 게 ㄴ씨의 전언이다.

비트고수의 문서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유가 기사’의 실태가 확인됐다는 의미가 크다. 다만, 실제 여기에 제시된 것처럼 액수와 기사가 교환되는 ‘거래’가 실재했는지는 확인하기 힘들다. 홍보업계에선 언론사가 직접 ‘유가 기사’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비트고수 가격표에 등장한 A사 관계자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비트고수가 그런 문서를 만들어 마케팅에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우리는 비트고수 뿐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독자·시청자가 광고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영향을 받아 생각과 행동에 나서는 것은 홍보·광고업계의 숙원이다. PPL 광고나 네이티브 광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어떤 프로젝트가 밝은 장래를 약속하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내면서 투자를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17~2018년 암호화폐 활황기 시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과 의심을 주고받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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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고수 쪽은 이 문서와 관련해, “가격표는 비트고수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유가 기사’ 영업을 하는 매체들로부터 제시받은 가격을 정리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펑키' 황씨가 돈을 받고 방송에서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느냐는 질문에는, “비트고수가 돈을 받은 프로젝트를 방송에서 소개할 때는, 황씨가 해당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문서대로 영업이 성사된 프로젝트나 매출과 수익 등 내역을 공개하진 않았다.

참고로, 비트고수 문서의 목록에 코인데스크나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없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른바 ‘유가 기사’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코인데스크 본사도 마찬가지로, 최근 코인데스크 기자를 사칭해 ‘유가 기사’ 영업을 한 사기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코인데스크는 이 원칙을 재확인했다.

박근모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contact@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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