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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태 “제게 운명 같았던 근대5종, 한국의 ‘운명’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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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우리가 간다] <12> 근대5종 전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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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6일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군체육부대에서 덤벨을 들고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문경=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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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은 펜싱과 수영 승마 육상 사격 등 전혀 다른 5종의 스포츠를 한데 조합해 치르는 경기다. 전쟁 중 군령을 전하기 위해 적진을 돌파한 군인의 영웅심을 기리기 위해 시작했다고도 하고, 19세기 당시 ‘근대 유럽 스포츠인’이라면 갖춰야 할 5가지 능력을 겨루는 경기라고 알려져 있다. 근대5종이 올림픽에 등장한 건 1912년 제5회 스톡홀름 올림픽 때부터다. 108년 올림픽 역사를 지녔지만 아직까지 한국과는 메달 인연이 없다. 가장 높았던 성적도 10위권 밖이다. 이 역사를 뒤바꾸기 위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전웅태(25ㆍ광주시청)가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웅태는 근대5종을 ‘운명’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영선수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늘 3~5위에 그쳐 부모님을 붙잡고 엉엉 울기 일쑤였다. 낙담하던 중 폐활량이 좋다는 이유로 나간 한 육상대회에서 서울체중 감독에 눈에 띈 전웅태는 ‘근대5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오래 고민을 해볼 법도 한데, 마냥 (근대5종에) 끌렸다”며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하셔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운명을 만난 그는 훨훨 날았다. 이미 갖춰진 수영 실력에, 폐활량이 좋아 육상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고등학교 시절 내내 전국체전을 휩쓸었다. 2018년에는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간판선수로 자리잡았다. 2018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에서는 금메달 1개(3차)와 은메달 2개(4차, 파이널)을 거머쥐었다. 그 해 치러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정상에 올랐고, UIPM 시상식에선 연간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전웅태는 이제 올림픽을 제패하려 한다. 첫 올림픽이던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아쉽게 19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딴 동메달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 준비도 순조롭다. 지난 6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그는 “내 메달로 근대5종이 한국 ‘효자종목’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구슬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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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운데 흰 모자)가 6일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군체육부대에서 러닝머신 위에 올라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문경=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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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나.

“2016년 당시에는 주변에서 (메달을) 딸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나 역시 칭찬에 취해 ‘잘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막상 올림픽 무대에 나가보니 내가 경솔하게 덤비려 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 때는 다른 대회에서 커리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며 준비를 해나갔다. 이젠 올림픽 하나만 남았다. 힘든 훈련을 하다가도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생각 자체가 내게 힘이 될 정도로,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준비 중이다.“

-근대5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한 종목이 슬럼프에 빠져도, 다른 종목 훈련을 하면서 생각 전환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길게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 다섯 종목을 모두 훈련하지 않으면 연결성이 끊기는 탓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다섯 가지 종목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 근대5종 선수들의 고충이라고 생각한다.”

-근대5종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인가.

“성취감이라고 생각한다. 근대5종은 사실 ‘운’까지 필요해 6종과도 같다. 특히 승마에서 운이 많이 작용한다. 개인 말을 사용할 수 없고, 연맹에서 제공하는 말을 경기 20분 전에 추첨으로 뽑아서 쓰게 된다. 정말 끌고 가기도 어려운 말이 걸리면, 메달권에 있던 선수도 메달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성취감이 무척 크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은.

“제일 자신 있는 종목이라기보단 늘 상위권에 있다고 생각하는 종목이 레이저런(육상+사격)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진 않아도, 꾸준하게 위에 있다. 반면 35명과 겨뤄서 승수를 따지는 펜싱에서는 성적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상위 선수들은 25승까지 하기도 하는데, 나는 최대 24승까지 간다. 펜싱 비중이 큰 만큼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 친구인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25) 선수에게 펜싱 관련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전문가다 보니, 확실한 답변을 주는 편이다.”

-이번 올림픽의 목표는 무엇인가.

“메달을 따내고 싶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근대5종이 한국에서 ‘효자종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 선두에 있고 싶다. 오른팔에 있는 문신도 그런 의미에서 새긴 것이다. 직접 요청해 디자인한 것인데, 왕관이 걸린 닻을 고래가 감싸고 있고, 그 위에는 나침반이 그려져 있다. 왕관을 쓴 닻은 좋은 성적을 낸 나를 의미한다. 장수의 상징인 고래와 함께 더 오래, 나침반을 따라 좋은 길로 가길 원한다는 뜻에서 새기게 됐다. 이 문신을 하고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이번에도 메달을 거머쥐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근대5종에서는 선수 개인이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한 국가에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두 명만 나갈 수 있다. 지금 대표팀에선 두 명이 올림픽 진출권을 딴 상태인데, 또 진출권을 누군가 확보하면 내부 경쟁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정)진화 형을 비롯해 저력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 이달 말에 있을 월드컵 등을 통해서 선의의 경쟁을 치렀으면 좋겠다. 또 올림픽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보완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 역시 채워 나갈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고, 스스로에겐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좋은 성적이 나오면 스스로에게 ‘편해지자’고 말해주고 싶다. 그간 둘러보지 못했던 주변을 둘러보고, 하지 못했던 것들을 편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다른 이들로부터는 ‘한국 근대 5종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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