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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ㆍ포수ㆍ에이스까지 홀린 ‘KK’ 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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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주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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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이 주무기 슬라이더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5회초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투구를 했다. 투구 수는 총 19개였고, 직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다.

영문 이름(Kwang-Hyun Kim)에 K가 2개 들어가 ‘KK’로 불리는 별명처럼 이날 ‘2K’를 기록했다. 야구에서 K는 삼진을 의미한다. 삼진 2개는 모두 슬라이더로 뽑아냈다.

잭 플레허티, 다코타 허드슨에 이어 등판한 김광현은 첫 타자부터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라이언 코델을 상대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38㎞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후속 타자 르네 리베라는 2볼-2스트라이크에서 승부구로 바깥쪽 코스에 공을 꽂았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고, 결국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김광현은 후속 타자 제이크 해거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을 추가했다. 0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35㎞ 슬라이더를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2사 1루에서는 마지막 타자 아메드 로사리오를 2구 만에 3루 땅볼로 잡아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날 김광현은 19개 중 슬라이더(9개)를 가장 많이 뿌렸고, 직구(7개)와 커브(3개)를 섞어 던졌다.

실전에서 김광현의 상징과도 같은 슬라이더를 처음 지켜 본 팀 동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합격점을 줬다. 실트 감독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굉장히 훌륭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광현의 공을 받은 포수 앤드루 키즈너 역시 “상대 타자가 슬라이더를 잘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사인을 냈는데 끝까지 못 쳤다”면서 “현재 실력을 유지한다면 우리 팀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정규시즌 개막전 투수로 낙점 받은 에이스 잭 플래허티도 “김광현의 투구를 재미 있게 지켜봤다”며 “라이브 피칭 때와 다른 분위기에서 상대 팀 타자를 잡아내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시속 150㎞ 넘는 직구에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는 김광현은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광현의 지난 시즌 슬라이더 구사율은 37%로 직구(39.1%)와 비슷했다. 2018년에도 직구 43.4%, 슬라이더 42.9%였다. 선발로는 ‘투 피치(2가지 구종을 구사) 투수’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최고 140㎞대에서 최저 120㎞대까지 떨어트리는 완급 조절을 하면서 오랜 시간 에이스로 군림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마친 김광현은 “그토록 꿈꿔왔던 무대에 처음 섰다”며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들뜨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면서 “다음 경기엔 삼진을 더 잡겠다”고 다짐했다.

김광현의 다음 등판 일정은 4일 후인 27일이다. 실트 감독은 “다음 경기 때는 선발로 2이닝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2개의 팀으로 나눠 휴스턴, 마이애미와 경기를 치른다. 김광현이 어느 팀을 상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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