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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Y터뷰] '기생충' 後...곽신애 대표 "제작, 더 해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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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봉준호 감독뿐만 아니라 숨은 영화인들을 재조명하게 했다. 그 중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92년 오스카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신애 대표는 "벼락출세"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갖추게 될 줄 알았으면 영어를 더 공부할 걸 그랬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현실감이 없어요. 제가 그 타이틀을 어디에다가 쓰겠어요. 다음에 제가 해야 하는 일은 함께하고 싶은 감독님의 작품을 '디벨롭'하는 건데,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제 세계에 감독님을 맞추는 게 아니잖아요. 각 창작자의 역량과 아이템이 중요하지 제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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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의 선택, 존경스러웠다"

'기생충'은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무려 4관왕에 올랐다. 곽 대표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받았다.

단상 위에 오른 곽 대표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너무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 같은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의 선택이 존경스러웠어요.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저희한테 상을 안 줄 수도 있었을 거 같았어요. 힘과 명성을 얹어주는 상인데, 그것을 미국 산업 내에 있지 않은 영화한테 실어주는 게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니 공감대도 생기고 우정도 느껴지더라고요. 거리감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타지고 그들은 영어를 써서 섞여 있을 때도 동떨어진 느낌이었거든요. 결과까지 가니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오스카 캠페인 기간 동안 인터뷰, 시상식, 파티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곽 대표는 "수상을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어디를 가도 '기생충'이 가장 뜨거웠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가 아주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 그들이 영화를 보고 놀라고 감탄했다는 겁니다. '봉하이브'(Bong Hive·벌떼처럼 열렬하게 봉준호 감독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마치 거대한 팬클럽 같았어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사랑하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죠. 봉 감독님한테 애정을 표현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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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는 천재? 착한 사람이다"

인간 봉준호에 대해서는 "일단 사람이 너무 착하다. 다들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일해본 입장에서 상대방이 기분 상할 만한 말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이었다.

"저랑 (조)여정씨가 했던 말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저래'였어요. 감탄했죠. 여정씨가 봉 감독님이랑 일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 태도를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은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의)자존감을 건드리는 부분도 없고 친절하고 친근하죠."

일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봉준호 감독은 "합리적"이었다. 곽 대표는 "프로듀서 고유의 영역은 상의한다. 뭔가를 억지를 부린 적이 없다. 준비를 잘한다. 감독님의 준비로 처음에 잡았던 예산보다 줄어든 장면도 있다"라면서 "돈을 쓸 때 합리적인 안 들을 제시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괴물'을 찍을 때는 외국어로 된 전문가용 CG 잡지를 보고 공부했어요. '살인의 추억' 때는 범인이 누군지 알 거 같을 정도로 공부를 했죠. 천재라서가 아니라 상황을 책임지고 감당하기 위해 늘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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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 캠페인에 100억? 그야말로 '설'이다"

'기생충'이 오스카 캠페인을 위해 100억 원대가량을 썼을 거라는 예측과 오스카 4관왕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인맥과 로비 등이 주요했다는 항간의 이야기도 풀었다. "캠페인 비용은 그야말로 설(舌)"이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캠페인 비용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한국에서도 500만을 목표로 하는 영화, 1000만을 목표로 하는 영화의 마케팅 비용을 달리 책정하듯이 미국에서도 벌어들일 수 있는 목표 수익에 맞게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다. CJ와 네온 역시 마찬가지다. (오스카 4관왕은)스폰이나 지원이 아니다.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만 되면 (북미서)극장수가 1000개가 되고 작품상을 받으면 2000개가 돼요. 예상할 수 있는 스코어가 있죠. 그것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힘을 쓰는 거죠."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기여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영화가 애매해도 이미경 부회장만을 보고 아카데미 회원들이 찍어줬을까?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소리 같다"라면서도 "현재 (이 부회장이)LA에 살고 할리우드에 지인들이 있으니까 반응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확산을 유연하게 할 수 있게끔 해줬을 것"이라고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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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남긴 것? 제작을 더 해도 되겠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곽 대표는 1994년 영화 전문지 '키노' 기자로 활동하다 홍보대행사 바른생활과 제작사 청년필름, 신씨네 등에서 마케팅, 프로듀서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10년 바른손 영화사업본부장, 바른손필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가 됐다.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가려진 시간'(2016)과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하고 지난해 '기생충'을 선보였다.

곽 대표는 '기생충' 전과 후의 마음가짐에 대해 "영화제작을 계속해도 될까?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 위에 있던 두 대표 프로듀서가 나가면서 대표가 됐다. 열심히 했는데 2년간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 없었고 겨우 들어간 '가려진 시간'과 '희생부활자'는 결과가 안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제가 제작을 하면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기생충'은 감독님의 역할에 묻어갔지만 폐를 끼친 건 아닌 게 됐잖아요.(웃음) (제작을)조금 더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곽 대표의 오빠는 '친구'(2000)의 곽경택 감독이다. '해피엔드'(1999) '은교'(2012)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남편이다. 이들과 다시 작업할 생각은 없냐는 말에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곽 대표는 "한 번씩 작업했는데 한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없겠더라. 오빠도 남편도 주변에 좋은 파트너가 있으니까 그분들과 하면 된다"라고 웃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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