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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軍 심장부 계룡대에 제주·증평까지… 휴가 장병에도 전파된 코로나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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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주 해군부대 전원 격리...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에 휴가갔던 장병 최대 5000여명 추산" 전수조사 중
확진자 추가 발생 가능성… "질병이 안보위협"

조선일보

21일 오전 확진 환자가 발생한 제주 해군 제615비행대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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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21일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동안 제주 해군 부대와 군의 '심장부'인 충남 계룡대, 충북 진천 부대를 포함해 육·해·공군 모두에서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10일부터 TK(대구·경북) 지역으로 휴가를 다녀온 장병만 최대 5000여명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휴가자를 통한 군 내 감염 전파'가 현실화할 우려 때문이다.

전날 제주에서는 대구 고향집에 휴가를 다녀온 제주 해군 제615비행대대 소속 취사병인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인으로서 첫 판정이고 제주도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지난 13~18일 휴가를 다녀온 A씨는 19일 부대로 복귀한 뒤 기침 등 증세를 보여 격리됐고 20일 확진 판정 뒤 제주대병원 음압 격리병동에 격리된 상태다.

또 이날 충북 증평 소재 모 육군부대 B대위가 확진을 받았다. 충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증평군 보건소에 따르면 B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날 오전 4시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이날 새벽 충남 계룡시 계룡대 공군 기상단에 파견된 공군 C중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군은 C중위를 즉시 국군 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C중위는 어학병 시험문제 출제관으로 지난 17일 대구에서 계룡대 공군기상단에 파견됐다. 출제위원은 모두 9명으로, 이들은 같이 생활하며 사실상 연금상태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출제위원들은 부대 인근 식당을 여러 차례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고열 증세를 보인 C중위는 다음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후 이날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 당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군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인 31번 환자가 발열 증상이 난 지난 10일부터 대구·경북지역에서 휴가나 외출·외박을 한 장병 규모 파악을 위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 관계자는 "1차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지역으로 휴가를 갔다 온 장병 규모가 전군 합쳐 5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판단되는 등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의 전수조사에서만 TK지역 휴가자가 10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예하 부대, 공군 군수사령부와 제11전투비행단 등 규모가 큰 부대가 많아 근무 장병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군에서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민간으로의 역감염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코로나 확진 병사가 지난 18일 오후 제주에 돌아오며 탑승한 항공편의 승객과 승무원들의 신원을 파악해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질병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군은 엄중하게 사태를 인식하고 감염 차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그간 확진자 발생지역에 있는 부대 장병 이동 제한에 그쳤던 조치를 군 전체로 격상했다. 또 지난 20일 오후 9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육·해·공군본부 참모총장과 국방부 주요 직위자들이 '국방부 확대 방역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위기조치' 수준을 전격 높였다. 전체 장병은 22일부터 전역 전 휴가 또는 경조사에 의한 청원 휴가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휴가를 갈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전역 전 휴가를 앞둔 장병에 대해서는 휴가를 가더라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현지에서 전역할 수 있도록 휴가 일정도 조정하기로 했다. 해군은 이날 615비행대대 전 장병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과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전수 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접촉한 장병은 물론 해당 대대 부대원 전원을 격리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상태다. 확진자가 발생한 다른 부대에서도 방역과 격리 등 조치에 들어갔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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