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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소리없는 압박에 용퇴 물꼬… TK 2명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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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김광림 초선 최교일 선언

강효상은 "서울 강북 험지 출마"

통합당 TK 20명 중 5명 불출마

면접심사는 다시 무기한 연기

미래통합당 김광림(3선·경북 안동), 최교일(초선·경북 영주문경예천) 의원이 20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통합당 대구·경북(TK) 현역 20명 중 5명이 불출마를 확정했다. 대구 달서병 출마를 준비하던 강효상(초선·비례) 의원도 이날 "서울 강북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통합당 공천 혁신의 바로미터라는 평가를 받아온 TK '인적 교체'에 속도가 붙게 됐다.

김광림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12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4월 총선에서 경제 파탄, 안보 파괴를 자행하는 운동권 이념 정권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 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안동에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입당, 이후 3선을 했다. 작년 2·27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당 지도부 중 최초 불출마 선언이다. 최교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현 정권의 일방 독주와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며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미래통합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고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조선일보

홍준표, 공천위 면접서 꾸벅… "컷오프 탈락땐 정계은퇴나 무소속 출마" - 홍준표(맨 오른쪽)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 신청자 면접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면접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서울 험지 출마 요청을 다시 한 번 거부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현재 지역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의사가 확고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 공천 신청자로 면접에 들어온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국민이 놀랄 정도로 이겨내겠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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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강효상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대구에서 일군 모든 기반을 내려놓고 서울 강북의 험지에 출마하려 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공천위 입장을 반영해 구체적인 지역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TK 인적 교체'에 물꼬가 트이자 당 안팎에서 김형오 공천위원장의 불출마 유도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막후에서 '명예 퇴진'을 유도하면서도, 공식 석상에선 "국가와 당을 위한 개별 의원들의 희생과 헌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당 텃밭에서의 인적 교체는 큰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조용한 불출마 유도'가 잡음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인천 미추홀갑 3선 홍일표 의원이 지역구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컷오프(공천 배제)가 아니라 전략 공천을 스스로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해 제 소명을 다하겠다"며 완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공천위는 당초 19~20일로 예정했던 TK 공천 심사 면접을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TK 의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강제 '컷오프'되기 전 명예롭게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TK 의원들 사이에선 '더는 버텨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지됐다. 이날 오전 김광림 의원 불출마 소식이 알려지자 한 의원은 창백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다른 의원은 지인들에게 '내가 결국 물러나는 수밖에 없는 거냐'며 문자를 보내는 등 분주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느냐. 아무런 (컷오프) 통보를 받은 적 없다"며 "인근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도 서로 눈치만 보며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TK 현역 상당수가 김형오 공천위의 '용퇴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위는 한때 'TK 100% 컷오프'까지 검토했지만, 2016년 총선 당시 진박(眞朴) 공천과 무관하거나 패스트트랙, 조국 사태 당시 대정부 투쟁에 적극 나섰던 소수 현역은 구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천위 관계자는 "TK뿐 아니라 당 지도부 등에서도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며 "결단을 고심하는 의원이 몇 분 계신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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