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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코로나19’ 고무줄 통계에… 깊어지는 중국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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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 수 하루새 1300명 줄어 / ‘임상진단병례’ 확진자서 제외 영향 / SNS서 잦은 변경 비판 댓글 봇물 / 당정 "비상전쟁" 역사적 위기 인식

중국 당정이 코로나19 저지전을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벌어진 중대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또다시 확진자 판정기준을 변경, 하루 새 확진자가 급감하는 등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2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중국 전역 31개 성에서 하루 동안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94명, 114명 늘었다. 지난 18일 하루 신규 확진자 1749명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1300여명이 줄어든 셈이다. 19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7만4576명, 사망자는 2118명이다.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 증가폭이 감소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전날 저녁 ‘코로나19 치료 방안 제6판’을 발표하면서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자 판단기준에서 제외한 탓이다. 임상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지 않아도 의사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단층촬영 결과만으로 확진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중국 측은 “검사능력이 향상됐다”고 기준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 범위에 포함한 지난 12일 중국 전역 신규 확진자는 1만5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다시 임상진단 병례를 제외하자 확진자 규모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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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마스크를 쓴 채 코로나19 방역을 독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고무줄 중국 통계’에 당국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국 측 발표는 우한 신규 환자가 615명,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전체 신규 환자가 349명이라는 뒤죽박죽 결과가 나왔다. 웨이보 등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후베이 지역에서 신규 환자가 없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편 관영 중국신문사는 ‘후베이 파견 중앙 지도조’의 일원인 딩샹양(丁向陽) 국무원 부비서장이 이날 오후 우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질병 상황은 건국 이래의 일대 비상전쟁”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바이러스의 확산이 맹렬하고 확산 범위가 넓어 전 사회에 닥친 도전이 지대하다”며 “전례가 없다고 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당 중앙과 국무원을 대표해 후베이성 현장에 나와 있는 지도조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당·정이 이번 사태를 역사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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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의료진이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관련, 후베이성 우한 톈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코로나19의 치료 난도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사망률은 낮지만 감염력이 강하고, 중증 환자 치료가 어렵다는 것. 위건위 고위급 전문가팀 소속 퉁차오후이 차오양병원 부원장은 18일 “코로나19는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서 초기 조치를 못하면 환자가 호흡기능을 상실하는 상태에 빠르게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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