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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팔길이 원칙 엄수" 文대통령, 봉감독에 거듭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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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팔길이 원칙.’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과 만난 자리에서 거듭 준수 의지를 다짐한 이른바 ‘팔길이 원칙’에 문화예술계 이목이 쏠린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기생충’이 최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을 축하하는 뜻으로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조여정 등 이 영화 제작진·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는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 대상에 제외한 것을 뜻한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봉 감독은 그가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 등이 국가 공권력을 조롱하고 사회 불만세력의 봉기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배우 송강호는영화 ‘변호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 때문에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블랙리스트 사건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봉 감독 등에게 “영화 산업의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거나 (하는 등)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간섭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취지다.

이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가 저서 ‘예술행정론’에서 역설한 이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국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잠재력 있는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 같은 세계적 작가를 배출할 수 있었다”며 “정치인과 관료가 ‘지원’을 빌미로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지원 대상인 예술가와 적절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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