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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불법 딱지 뗀 타다… 법원 "택시보다 비싸도, 시장이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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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콜택시 불법 영업 혐의로 기소된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타다는 일단 서비스 중단 없이 운행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4개월가량 계속된 타다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일단락됐고, 사업 폐지라는 궁지까지 몰렸던 타다는 '불법 운행'이라는 딱지를 떼게 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스타트업계에선 "법원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혁신 쪽 손을 들어줬다"며 반겼다. 이번 법원 판결로 타다를 비롯해 차량 공유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타다 운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2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았고, 국회에도 타다 운행을 막는 '타다 금지법'이라는 뇌관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타다 금지법의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법원 "타다 불법 아냐"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타다 운영사 VCNC와 모기업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11~15인승 임대 승합차에 운전자를 알선해주는 타다 서비스가 허가받지 않은 콜택시라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면허 없이 불법으로 택시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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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웅 쏘카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법원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타다는 불법 콜택시가 아니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라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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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심 법원은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분(分) 단위 예약으로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 렌터카를 제공하는 계약 관계로 이뤄진다"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렌터카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타다 이용자는 '여객'이 아니라 타다와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 계약'을 맺은 사람일 뿐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타다 운영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으며 어떤 행정처분도 하지 않았고, 서울시도 단속하지 않았다"며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차량공유가 자본주의, 공산·사회주의 등 경제체제를 막론하고 진통을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우버' 사건 등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혁신적 차량 공유보다 낮은 단계인 타다를 내놓은 게 처벌조항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들이 규제 당국과 함께 고민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이자 출구전략일 것"이라며 이례적인 당부의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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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사업 탄력받을 듯

이재웅 대표는 1심 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시간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사회적 책임을 더욱 느낀다"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타다가 이번 판결로 증차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타다는 지난해 1500대인 렌트 승합차를 1만대로 증차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택시 업계 등의 반발로 계획을 접었다. 쏘카 관계자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타다가 다시 증차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4월부터 타다가 쏘카에서 독립하는 것을 언급하며 "타다는 빠르게 움직일 것" "새로운 경제, 모델, 규칙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교착 상태에 있던 모빌리티 등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 상생하면서 혁신에 도전하길 기대한다"면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타다만 해도 혁신성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규제 개선의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타다 금지법'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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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변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타다 금지법은 타다처럼 11~15인승 렌트 승합차에 운전자를 알선해주는 행위를 아예 금지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말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위를 통과하고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타다 금지법을 20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태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은) 택시 업계와 신산업의 갈등 국면에서 어렵게 합의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라며 "여기서 주춤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법안 발의자인 박홍근 의원은 "앞으로 타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1심 판결문을 보고 법안을 수정해야 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미래통합당 여상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법원 판결과 어긋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없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4·15 총선 등 정치 일정 때문에 2월 임시국회 때 처리되지 못하면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 대다수가 택시 업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타다 금지법에 반대하고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모두 총선이 끝날 때까지 처리를 미루려 할 수 있다"고 했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김경필 기자;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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