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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고] 소수자 인재 영입이 `총선쇼` 넘어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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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마다 인재 영입이 한창이다. 영입 인재들을 보면 각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그 시대의 사회적·정치적 요구사항이 표면적으로나마 담겨 있다.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인재 영입 면모를 보면 사회가 보다 다층적·다면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특히 사회 비주류의 목소리를 포함하려는 노력이 20대 총선에 비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려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치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재를 영입하려는 노력은 거의 매 총선 있어 왔다. 하지만 소수자 대표성을 가진 정치인이 지속적으로 원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전격 영입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자스민 전 의원이 약 4년 만의 공백기를 깨고 최근 정의당에 영입돼 두 번째 정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원옥금 베트남교민회 회장을 '다문화 인권 분야'에 영입했으며, 다문화 가정을 위한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설치를 총선 공약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소수자 그룹인 장애계 역시 20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는 제18대 4명, 제19대 2명의 장애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존재했던 것과 비교해 장애계 대표성을 가진 인재 영입이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그렇다고 18대와 19대 국회가 장애계의 의견 수렴 및 권리 증진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을 영입했으며 한국당은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21대 국회가 장애계의 권리 발전에 더 적극적인 국회가 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21대 국회는 다양한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들이 다양성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자스민 전 의원의 경우 어떤 이는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했다거나 보수적인 정당인 새누리당에서 활동해 소수자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임기 동안 이자스민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42건이나 된다. 이 중 10건 안팎의 법안이 이주민 관련 법안이고 이들 중 대략 과반수나 되는 법안이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여한 법안이다.

국회는 일반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수자 대표성을 가진 정치인은 국회에서도 소수자이며 소수자 관련 이슈는 경제·외교·안보적 이슈 뒤에 놓일 수밖에 없다. 소속 정당의 지원뿐만 아니라 정당 간 경계를 넘어선 협력 없이는 소수자 관련 법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기는 힘든 구조다. 또한 소수자 대표성 인물 영입 때 일종의 쇼로 비치기 쉬운 행사 및 감성적 스토리텔링에만 치중한 홍보는 이들을 해당 소수자 그룹의 틀에 가둬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은 소수자 대표성을 가진 인재 영입 및 활용에 있어 보다 더 세심하고 사려 깊은 접근을 통해 이들이 단지 선거용이나 소수자만을 위한 인재라는 인식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도 이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일하는 인재로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하겠다.

[김용한 명지대 국제다문화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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